오는 10월 9일이면 제577돌 `한글날`을 맞는다.

최근 K-POP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들의 한글사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글사랑‘에 빠진 것과 달리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정작 ’외국어사랑‘에 빠져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5일 전북대학교에서 만난 중국인 쨔오위(30·여)씨는 한글을 배울 때마다 큰 재미를 느낀다.

중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한국에 유학 온 쨔오위씨는 기존의 중국어와 다른 방식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어학당을 다니며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갔다.

이제는 대학 로스쿨 수업 교재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된 그녀는 한글 공부로 인해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한글 공부를 적극 추천하기까지 할 정도다.

쨔오위씨는 “한글을 배우다 보면 글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특징들이 느껴진다”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면 세상의 어떤 문자라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한글의 가장 큰 장점인 거 같고, 공부하다 보면 어려운 점도 있지만, 고향의 다른 친구들에게도 한 번쯤 배워보길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유학 온 쿠사카 미즈호(26·여)씨는 처음 한국 여행을 왔을 때 한국의 매력에 빠져 유학을 결정했다.

전북대학교에 입학해 지난 2020년도에 1년간 어학당을 다니며 한글을 배웠다. 이제는 아침마다 포털사이트에서 한글로 된 뉴스를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정도의 한글에 눈을 떴다.

미즈호씨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언어 공부로 이어졌고, 이제는 한글과 한국 모두를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웃음 지었다.

전 세계 5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가 올해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해당 어플에 한국어를 공부하겠다고 등록한 학습자 수는 1,1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북미권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는 1만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K-POP 등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외국인들의 한글에 대한 관심도가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외국인의 ’한글사랑’과 달리 한국인들은 ‘외국어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국의 음식점 간판에서 외국어로 이뤄진 간판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히라가나와 같은 일본어부터 영어로만 된 간판까지 우리의 글자인 한글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 이날 돌아본 전북대학교 상권 음식점들은 한글보단 영어 간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건물에 한글 간판이 한 곳도 없는 곳도 있었고, 일본어 간판이 3개의 가게에 연속으로 배치되기도 했다.

우수하고 아름다운 한글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세련됨을 느끼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옥외광고물 관련법에는 건물 간판에 한글 표기가 없을 시 과태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이러한 제재도 한국의 ’외국어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높아진 한글의 위상에 따라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는 “우리의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이다”며 “소리의 체계를 그대로 문자의 체계로 가지고 오기 위해 한국어 말소리 체계에 대한 엄청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그러한 내용이 <훈민정음 해례>라는 기록물을 통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어는 문화와 함께 스며든다. 주류 문화, 선호 문화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 문화를 만든 언어, 더 나아가 언어 사용자에 대한 선호를 갖게 된다. 영미권의 문화가 우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영어에 대한 선호 의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며 “하지만 최근 우리의 문화가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만큼 한국인들도 점점 한국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방향으로 의식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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