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날수록 심해지는 저출산과 급격한 인건비 인상 등의 이유로 전북지역 산부인과들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에 가파르게 진행되는 지방소멸의 현실 앞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산부인과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변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에서 가장 분만 건수가 많았던 전주지역 A산부인과의 월 분만 건수가 약 200건에서 약 100건으로 절반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곳의 분만산부인과를 제외하고는 전북의 모든 분만산부인과가 최근 적자 경영으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전주지역의 산부인과들도 적자 경영이 계속된다면 무더기 폐업 사태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치권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저출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산부인과 정책을 정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근거는 ‘분만취약지역’이다.

‘분만취약지역’은 해당 지역에 60분 이내에 분만산부인과가 없거나 분만산부인과 등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가 30% 이상인 곳을 의미한다.

문제는 해당 용어가 처음 학계에 제기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이미 수년이 지난 현재 상황과 크게 동떨어지는 정책이란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북 대부분 지역은 시간·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병원과의 연락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 산부인과 지원 정책도 시대에 흐름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협회 회장은 “분만이라는 것은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나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건비의 상승과 출산율의 저하로 지방에 병원을 세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도 정치인들은 선거를 위해 자신의 지역에 병원을 세우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는 데 따라 산부인과 정책 자체가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지자체들은 산모들의 바우처 지원 등을 이유로 보건소를 통한 산모의 인적 사항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정확한 분만 수요를 확인한 뒤 가까운 타지역의 분만산부인과와의 이송 및 지원책 등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방법을 통해 산모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고, 병원의 수익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게 최근 의료계의 목소리다.

예를 들면 분만산부인과가 없는 임실지역에서 30분 이내의 전주지역 산부인과와의 협약을 통해 의료비와 이송 등을 지원해준다. 지역별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를 지정해 사라져가고 있는 산부인과를 유지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병원마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다르다는 게 알려지면서 산모들 또한 더 나은 병원에 대한 갈망이 큰 상황이다.

고창에 거주하고 있는 임산부 이모(30대·여)씨는 “고창에 병원이 생기더라도 전주에 있는 병원들이 더 시설이 좋고 경험 많은 의사가 있다면 그곳을 찾아가 진료를 받을 것 같다”며 “병원비가 오히려 아기를 낳는데 부담이 크다. 여러 검사를 하다 보면 지원해준 돈이 금방 떨어지고, 일주일에도 2~3번씩 병원을 찾고 있어 갈 때마다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임신한 산모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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