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인 새만금에서 참가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사실상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종료된 가운데 9일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인 새만금에서 참가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사실상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종료된 가운데 9일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폐영식과 K-POP행사를 끝으로 공식적인 행사는 막을 내렸다.

일정을 마무리한 참가자들은 출국 절차를 밟았고, 사후관광프로그램을 신청한 참가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남은 일정을 즐기고 있다.

이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실한 준비와 안일한 대응도 문제였지만, 40도에 가까운 체감 낮기온에 참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정부지원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 했지만, 태풍이라는 자연재난 앞에 결국 ‘새만금’에서의 잼버리는 끝이 나고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대회는 끝났지만 천억 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것에 대비되는 부실준비 책임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12일간의 대장정을 정리해봤다.

 

▲시작부터 폭염에 속수무책

첫날부터 35도에 육박하는 낮 기온으로 참가자들은 사실상 활동을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영지 자체가 야외에 더위를 온 몸으로 받아 땀을 비오듯 흘리기 일쑤였고,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그늘에 힘없이 앉아있기도 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수십여 명의 참가자가 온열질환을 호소했고, 잼버리 병원과 클리닉 센터는 어지럼증 등 온열질환자로 분주했다.

개영식이 진행된 2일에는 개영식에 이어 20여 분 진행된 K팝 콘서트로 1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3일 여성가족부 이기순 차관은 "만족할 만큼 준비를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대회 초반 부실한 시설과 음식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야영장 상태는 심각했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턱없이 부족했고 위생상태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비누와 휴지는 제때 채워지지 않았고, 쓰레기통도 차고 넘쳤다.

참가자가 받은 구운 달걀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먹을 물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수돗물을 마셨다. 전기마저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폭염 대책으로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6일 부안군 스카우트 잼버리 부지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이 무더위 쉼터라고 적힌 냉방 버스 이용을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폭염 대책으로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6일 부안군 스카우트 잼버리 부지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이 무더위 쉼터라고 적힌 냉방 버스 이용을 기다리고 있다.

▲4일째 정부 개입으로 안정 추세

윤석열 대통령은 대회 운영 상황을 보고 받고 긴급지시를 내렸다. 잼버리에 냉방 버스를 배치하고 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한 것.

그제서야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은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이 쉴 수 있는 대형버스와 생수, 얼음물을 공급하는 트럭을 전국에서 공수해왔다. 위생문제에 대해서도 청소인력을 대거 투입해 거의 매시간 화장실과 샤워장 청소를 했다.

각 지자체와 기업, 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는 열악한 사정에 봉사활동을 나서거나 지원 물자를 꾸준히 보내왔다.

개인 봉사자도 직접 생수를 사 얼려와 참가자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이처럼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잼버리 야영장은 자리를 잡아가는 듯 했다.

/영국 잼버리 참가자들이 호텔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영국 잼버리 참가자들이 호텔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5일 영국·미국의 '조기 퇴영'...성추행 논란까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영국 참가단은 공식적으로 퇴영했다. 4,400여 명의 가장 많은 참가를 한 영국의 퇴영 선언에 이어 1,400여 명의 참가자를 보낸 미국도 퇴영을 선택, 평택 미군기지로 자리를 옮겼다. 

남은 대부분의 참가국들은 잔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싱가포르도 퇴영선언을 했다가 이후 프로그램은 참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거 퇴영은 막았고 이후 퇴영은 없었다. 

성추행 논란도 있었다. 잼버리 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50대 태국 남성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돼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다.

전북연맹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위에 신고했지만 조직위는 A씨에 대해 경고 조치하는 것에 그쳤고, 분리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도 아주 경미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인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의 비상대피가 실시된 8일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이 대피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인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의 비상대피가 실시된 8일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이 대피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태풍 소식에 새만금서 전원 철수

힘든 폭염 등 여러 난관을 뚫고 견뎠지만 또 하나의 변수가 찾아왔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덮치고, 영지가 있는 새만금이 태풍의 직접영향권에 든다는 것.

잼버리조직위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전북도 등은 비상이 걸렸고 전날부터 회의를 진행한 결과 결국, 야영장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이동이 결정되면서 8일 오전 10시부터 이송작전이 펼쳐졌다.

이들은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고 12시간여 만에 모든 이송절차가 마무리됐다. 이송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로 배정된 참가국이 애초에 입국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서 참가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시설물 철거 및 청소가 시작된 9일 오후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 각종 생활용품 및 식품들이 방치돼 있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서 참가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시설물 철거 및 청소가 시작된 9일 오후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 각종 생활용품 및 식품들이 방치돼 있다.

▲잼버리 긴급 철수작전 자취 감춘 '잼버리 조직위'

새만금 영지를 떠난 후에도 논란은 있었다. 긴급 철거작전을 지시해야할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무책임한 모습에 민간업체 등 관련업자들마저 곤욕을 치뤘다.

모든 대원들이 떠난 9일 잼버리 영지 내는 아수라장이었고 참가자들이 놓고 간 각종 쓰레기와 수거되지 않은 팔레트와 천막 등 온갖 물품들이 널브러져있었고, AED 등 고가의 치료 장비도 수거되지 않았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잼버리 조직위는 상당기간 새만금에 남아 정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태풍이 오기 전 쉴새 없이 철거작업중인 근로자뿐이었다.

▲전국 관광 총동원…K-POP 공연과 함께 폐영식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진 대원들은 9일과 10일 이틀간 각지의 전통문화체험과 레저활동을 즐겼다. 이후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잼버리대회 폐영식 후 오후 7시부터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진행됐다.

태풍 영향권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4만 명 잼버리 대원들은 콘서트를 즐겼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동에 출연 가수들 측에서도 혼선이 일었고 현장에서도 무리한 작업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행사는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각국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사후 관광프로그램을 신청한 참가국들은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심상찮은 후폭풍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세계잼버리가 열악한 위생 등 총체적 운영부실 문제에다 폭염과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덮치는 등 각종 악재로 파행을 빚으면서 전북도와 정부 부처를 향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에, 민주당은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현 정부 대응에 각각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행안위 현안 질의를 포함해 향후 행정감사, 직무감사 또는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전북도의 예산 운용과 전임 정부부터 진행된 준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잼버리 파행을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부른 참사로 규정, 전방위적 진상규명 작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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