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소희
그래픽=윤소희

“내 집 앞 눈은 왜 안 치워줘요?”

최근 전주지역에 계속된 한파와 폭설 앞에서 아쉬운 시민의식이 낱낱이 드러났다.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를 나 몰라라 하는 시민들 탓에 주택가와 원룸가, 상점가 등은 그야말로 거대한 빙판으로 변했다.

특히 ‘내 집 앞까지 치워달라’는 등의 악성 민원도 속출했다.

26일 오전 11시께 찾은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한 주택·원룸가 일대.

‘나만 조심하면 돼’라는 시민들의 생각을 몸소 보여주는 듯 골목 대부분은 지난 주말 동안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집에서 나온 시민들은 빙판길로 변한 부분을 피해 아직 녹지 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꽁꽁 얼어붙은 길 탓에 한 행인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근처에 거주하는 강진만(70대)씨는 “이 동네에는 죄다 나이 70살 80살인 노인들이 살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집 앞을 치우고 싶어도 치울 수 없다”며 “이런 곳의 경우에는 지자체에서도 파악하고 치우는 데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께 찾은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한 상점가 앞. 가게 앞은 고사하고 문 앞 30cm 남짓한 부분만 치운 가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행인 서보연(28·여)씨는 “실제로 왜 안 치워주냐고 성질을 내며 통화하는 동네 주민을 본 적 있다”며 “서로 미루기만 하고 치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해 아쉽다. 넘어지면 본인만 손해인데 게으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주지역에서는 ‘내 집 앞은 왜 안 치워주냐’는 민원이 하루평균 20여 건 접수되는 등 민원까지 속출하고 있다.

전주의 경우 지난 2007년 1월 5일부터 ‘전주시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내 집 앞·내 점포 앞 눈 치우기’를 의무화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물론 이런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주시 금암동 한 이면도로는 ‘모세의 기적’처럼 누군가 열심히 빗자루질을 해 멀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점포 앞을 치우던 김모(60대)씨는 “우리 가게 앞을 쓸다가 몇 날 며칠 방치돼있는 눈더미가 신경 쓰여 더 치우고 있다”며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인데 ‘나 몰라라’하는 것 같아서 나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내 집 앞 치우기’ 운동의 참여도가 아주 낮아 동사무소·주민센터에 적극 홍보하라고 공지했다”며 “빙판길이나 눈길을 보행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짐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 집 앞 눈 치우기와 교통혼잡을 줄이기 등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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