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되어도, 조선이 망하고 대한이 되어도 어처구니들은 이 땅을 지킨다”.

한글 소설 규방칠우전과 전주 설화 남고산 호랑이를 접목한 창작극 칠우전5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칠우전은 2022 전주브랜드공연(마당창극)으로, 홍건적의 난과 왜구의 침략으로 인해 개경이 함락되고 공민왕이 피난길에 올라 혼란스러운 고려말을 배경으로 한다.

궁궐 지붕에서 나라의 액운을 물리치는 잡상 중 9번째인 어처구니 구가 삼장법사의 뜻을 따라 고려를 구할 무언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칠우전 마지막 공연이 있었던 지난 15일 전주한벽문화관 마당창극 야외공연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 곳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좁은 무대로 공간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객석 여기저기를 누비며 노래해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학생이 무대 위로 오르려는 돌발 상황도 웃음으로 승화될 만큼 공연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 판소리 다섯 바탕을 기반으로 하던 기존 공연과는 달리 창작극이기 때문에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네”, “우리가 지키는 것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등의 노래는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극을 더욱 빛나게 했다.

철저히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선발된 배우들은 저마다의 기량을 가감 없이 분출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까지 부족한 점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배우들의 눈은 공연 내내 반짝였고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림자를 이용한 스크린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연출 역시 일품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가사 전달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단어의 사전적 정의 등 해설을 겸하기는 했지만, 이해를 돕기엔 다소 부족했다.

마무리가 급하게 된 느낌도 들었다. 촘촘히 바느질되던 앞 상황과는 달리 결말 부분에서는 이성계와 정몽주 이야기가 휘몰아쳤다.

그럼에도 칠우전은 균형있게 쌓아 올린 탑과 같은 공연이었다.

지난 64일부터 보완과 수정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 왔고, 어떤 돌발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어처구니 구의 여정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었지만, 전주브랜드공연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관객과 함께 만드는 공연, 지역의 색을 입힌 공연. 주인공이 어처구니에서 심청이 되어도, 심청에서 흥보가 되어도 가야할 정도(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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