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록 남원제일한의원 원장

세계지도를 보고 있으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작다는걸 느낀다.

이 작은 나라가 GDP 10위의 경제 대국이라니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먹거리도 믿을 수 있는 국내산을 선호 하고, 가전제품은 예전엔 일제, 미제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국산 가전이 단연 최고다.

그렇다보니 한약재도 국내산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국산이 아닌 수입산 약재가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중국산 약재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좋은 약재가 정말 없을까?

좋은 약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국산보다 훨씬 좋은 약재들이 넘쳐나지만 모두 중국 내부에서 사용되고 있어서 우리가 접하지 못할 뿐이다.

약재를 수입해서 마진을 남기는 수입업자 입장에서도 중국산 중에도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싼 약재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보니 한국에 수입되는 약재들이 중국 내수품보다 품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녹용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노인들에게 공짜 관광을 시켜주고 국내산 녹용을 강매하다 시피 팔아 먹는 일들을 자주 접한다. 혹시 알고 계신가? 국내산 녹용은 대한 약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말해서 '국내산 녹용은 약이 아니다.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녹용은 러시아산을 최고로 쳐준다. 그 다음으로 중국산 녹용, 일명 깔깔이(녹용에 난 털이 까끌까끌해서 붙여진 이름)라 부르는 녹용을 두 번째로 좋은 약재로 보고 있다.

가장 약효가 떨어지는 녹용은 뉴질랜드산 녹용이다.

TV광고에서는 마치 뉴질랜드산 녹용이 특상품이라도 되는 냥, 천록이라 부르며 띄워주고 있지만, 러시아 녹용이 뉴질랜드산보다 1.5배 정도 비싼 것만 봐도 어떤게 좋은 녹용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녹용은 러시아의 차가운 환경에서 자란 풀을 먹고 자란 사슴이 음기를 뚫고 뿔을 만들어 냈을 때 약재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나 뉴질랜드처럼 따뜻한 곳에서 자란 녹용은 B급이 되는 것이다.

녹용은 사슴뿔을 잘라서 표면의 털을 태우고, 유리칼로 털을 다시 제거한 후, 높은 도수의 술에 담궈두어 혹여 있을지 모를 기생충이나 세균들을 없앤 후 완전히 건조 후 절단해서 약재로 사용한다.

건조해 버리면 약재의 무게도 크게 줄어든다. 당연히 무게에 따라 값을 매기는 업자입장에서는 손해지만 당연히 해야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간혹 녹용을 들고 오는 환자분들을 보면, 피가 그대로 있고 털도 제거되지 않은 국산 녹용을 비싼 가격에 구매해 오시곤 한다. 모두에 말씀 드렸듯이 국산 녹용은 약재가 아니라 축산물 즉 식품이다.

좋은 물건을 비싼값에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식품을 약으로 오인해 그 가치 이상으로 비싸게 사는 것은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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