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몬은 부를 뜻하는 고대 아랍어인 마모나(mamona)에서 유래한 말이다. 성서에서 이를 인용하면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가 됐다. 신약성서는 이 맘몬을 돈과 부, 재산, 소유에 대한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마태복음에는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니까 하나님과 대립하는 하나의 우상 내지 의인화된 존재가 바로 맘몬이다. 요컨대 맘모니즘은 돈을 하나님으로 믿는 태도나 신념이다.
  그래서 황금우상, 황금만능주의, 배금주의, 물신 섬기기, 물질 만능주의 등 맘모니즘을 번역하는 말도 다양하다.
  어느 시대인들 돈의 위력이 약한 적은 없지만 유독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들어 돈은 절대적 지존으로 위상을 굳히게 됐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천박한 상업주의와 공동체 파괴, 도덕성 상실, 이기주의 창궐 등의 부작용이 사회를 좀먹어갔다. 물질을 절대시하는 풍조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이 사람들을 지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에서 최상의 가치를 지닌 것은 다름 아닌 돈이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압축적 경제성장 이후 어느덧 돈은 최고의 지위에 등극했다. 천민자본주의로 일컬어지는 경박한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로 인한 온갖 부작용이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게 현실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며칠 전 ‘사회심리학과 인성과학’이라는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돈은 행복을 얻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슬픔을 줄이기 위해 더 유용한 도구라는 주장을 폈다. 부의 총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행복이 증가하지는 않지만 슬픔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1만2000명의 영국인을 설문조사에서 얻은 결론이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돈은 인생에서 곤란한 상황을 처리하는 데 주로 쓰인다는 점을 들었다. 예컨대 돈을 들여 막힌 하수구를 뚫었다고 해서 행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무릇 종교는 돈과 거리를 두고 있다. 법구경에는 ‘병 없는 건강한 몸이 가장 큰 이익이고, 만족을 아는 것이 가장 큰 부자이며, 후덕함이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인군자들은 돈에 지나치게 탐닉할 때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오로지 돈에서 행복을 구해선 곤란하다. 돈을 행복과 직결시키는 태도만 바꿔도 개인이나 사회나 화평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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