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문단이라고 하는 ‘닫힌 종교’는 속이 썩어도 너무 썩었다. 그저 자기 패거리 키우기에만 바쁘다. 내가 문학을 아무리 몰라도 지금 내가 이 책에서 보여준 바와 같은 수준의 개입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1년 ‘문학 권력’이라는 책에서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기득권 문단 인사들에게 날린 일갈이다. 당시 우리나라 문학계는 특권화한 문단 권력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었다. 일부 평론가들이 잘 나가는 문인들의 작품이 표절이라는 문제제기를 했고 이에 대해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강 교수의 이 글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역시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기득권층들은 일부 평론가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무관심 내지 냉소, 날 세운 반발 등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되자 비판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만 문단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때 비판의 날을 세운 평론가들의 요지는 이렇다. 우선 문단은 상업주의적 스타 문인시스템에 젖어 있다. 또 언론도 여기에 가세하고 문학전문지는 그 선봉에 섰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문학 동네와 같은 메이저 문예지들은 문단을 과점하고 그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평가들은 출판자본주의의 선전자로 전락해 이른바 ‘주례사 비평’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덕담을 늘어놓는 데 급급했다. 이런 구조가 문인들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15년이 흐른 최근 작가 신경숙의 표절 시비를 계기로 이 문학권력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얼마 전 불거진 신경숙의 일본 작가 작품 표절문제가 제기되자 그간 잠잠했던 문단이 다시 문학권력의 폐해에 관한 지적으로 시끄럽다.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등 평론가들은 건전한 비판이 없으니 독자를 의식 안하고 새로운 시도 보다는 적당히 이름 알리고 욕 안 얻어먹는 식의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계기로 문단을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 문학의 침체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우리 문학은 지난 15년간 긴 터널에 갇혀 있었다. 가뜩이나 다른 미디어들과 싸움에서 불리한 입장인 데도 불구하고 문학 권력들의 기득권 누리기로 퇴행을 거듭했다는 비판이다. 비평다운 비평이 없는 가운데 출판 자본들만 권세를 휘둘렀다. 이번 신경숙 표절 시비는 그 모순의 폭발이다. 여기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문학 앞날이 달라진다고 보아야 한다. 문학 문외한이라도 이 정도 지적할 권리는 있다는 게 강준만 교수의 생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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