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세대에게 한문은 낯설고 어려운 분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문에 대한 관심을 날로 늘어가고 있다. 한문 속에는 고전의 지혜뿐 아니라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운 해독으로 인해 외면당했던 한문은 이제 버젓한 학문의 한 장르로 주목받으며 한글세대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도서출판 한울에서 나온 마종필 교사의 '사연이 담긴 시 이야기'는 한시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묻어날 뿐 아니라 한시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책 전면에 흐르고 있다. 저자가 전주대학교에서 한문교육을 전공했으며 현직 교단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사명감마저 다져놓았다.

이 책은 사랑하는 연인을 애타게 그리워하면서 태어난 시와 나라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인해 탄생하게 된 시, 그리고 자연이 말하는 것을 외면하거나 묻어둘 수 없어 감탄하다가 이루어진 시, 생의 고뇌로 인한 힘겨움이 시심이 되어 만들어진 시, 또한 이별이 가져다 둔 아픔 때문에 태어난 시에 관해서 등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의 탄탄한 한시에 연구는 물론 한시를 구분하는 분류에 있어서도 생생한 현장감을 안겨준다. 그런 만큼 구별된 시 속에서 당대의 삶과 문화상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매력을 심어준다.

특히 한시에 관해 편안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가득 채웠다는 점에서 기존의 한시에 관한 단행본과 그 길을 달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은 한번 잡으면 의무적으로 끝까지 읽어야 할 책은 아니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읽어도 좋고, 아니면 자신의 삶과 비슷한 장만 골라 읽어도 좋을 것이다"고 소개한다.

더욱이 "가급적 편안한 마음으로 구분해 둔 큰 장들을 들춰 가며 읽으면 시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작가가 고민하고 몸부림쳤던 삶의 흔적까지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전문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함으로써 입시나 교양 면에서도 권하고 싶은 출판물이다, 예컨대 임제, 최호, 허난설헌, 최치원 등에서도 작가의 탁월한 해석이 눈여겨볼만 하다.

전주대학교 한문교육과를 거쳐 국립순천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석사를 받은 지은이 마종필씨는 현재 순천매산여고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풀어서 배우는 한자성어'와 '선생은 무엇으로 사는가'등 발표, 공부하는 교사로 잘 알려져 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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