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를 지구대로 강제 연행한 뒤 음주측정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았더라도 운전자가 음주측정에 순순히 응했다면 유죄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체포과정에서의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찰의 잘못으로 자칫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올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측정에 응했다는 사정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형소법상의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경찰의 체포행위 및 수사행위를 지적하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다 정확한 법에 근거한 경찰의 업무처리 강화 등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26일 전주지법 제 1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차문호)에 따르면 김모(52·회사원)씨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오후 10시께 군산시 조촌동 모 식당 앞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

김씨가 도주하려 하자 주차차량 차주가 붙잡은 뒤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음주운전을 의심해 지구대로 동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김씨는 완강히 거부했고 이에 경찰관들은 김씨의 팔다리를 붙잡은 채 순찰차에 강제로 태워 지구대로 끌고 갔다.

김씨는 지구대에서 가서도 음주측정을 거부하자 한 경찰관이 “3차례 계속 거부하면 구속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고 이에 음주측정을 한 김씨의 혈중알콜 농도는 0.130%였다.

이에 김씨는 다시 채혈을 요구했고 인근 병원에 가서 채혈을 한 혈중알콜 농도는 0.142%로 오히려 높았다.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1심은 “채혈결과는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수집된 증거”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음주측정 요구에 응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형소법에 따르면 부적절한 절차에 따른 증거수집은 증거로 인정이 되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측정에 응해 증거(채혈)를 채취하게 했기에 형소법에 적용되지 않다고 본 것으로 김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소법 제 308조 2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고 체포 당시 ‘형소법 제 200조 5항’에 정한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뤄줬기에 당시 채혈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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