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교육비 문제는 참으로 난제 중 난제다. 사교육비란 입시 학원비는 물론 개인 과외비나 교재 구입비, 특기 재능학원비 등 공교육을 제외한 모든 교육비다. 이 중에서도 학원비와 과외비가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교육열이 높은 만큼 사교육비 증가는 거의 일상화돼왔다. 멀리 박정희 정부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교육 열풍은 확대재생산 되는 모양새다. 이를 걱정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그 같은 현실은 전혀 바뀔 것 같지 않다. 사교육비 망국론이 횡행하는 데도 현실은 요지부동다.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은 명확하다. 부모들이 자식의 신분 상승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부자는 부자대로, 빈곤층은 빈곤층대로 자식 잘되기 바라는 것은 같다. 그 첩경은 바로 명문대 입학이다. 우리나라에서 출세하려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은 이른바 SKY대학으로 상징되는 명문대 졸업장이다. 사교육은 그리로 향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런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적어도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기회 균등은 그저 하는 소리다. 거액의 과외를 받고 학비 비싼 사립 명문 고교를 다니면 그만큼 좋은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상이 원래 불공평하다지만 이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서 옳지 않다. 그뿐 아니다. 에퓨 푸어 즉 자식 교육비 대느라 부모의 허리가 휘는 것도 부작용 중의 하나다. 노후가 걱정이다.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사교육비는 곧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 2023년 한국경제인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의 약 26%는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사교육비가 대한민국 소멸에 한 몫 단단히 할 지경이다.

이 와중에 지난해 사교육비가 27조원으로 물가 상승률을 웃돌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나 늘었다. 초중고 전체 학생 수가 전년보다 7만명이 줄었음에도 오히려 사교육비는 증가한 것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3배이상 차이가 났다. 지역별로도 서울이 가장 많았고 읍면 지역이 가장 적었다.

사교육 억제 대책은 누구나 다 안다.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지방대 수준을 높여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히자는 이야기다. 또 입시제도를 개혁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공허한 원론적 주장에 그치는 실정이다. 보나 마나 내년에도 또 같은 통계수치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백약이 무효인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