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총아는 빅테크다. 빅테크란 첨단 기술과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대형 IT기업인데 흔히 GAFA 즉 구글, 애플, 페이스북(지금은 메타), 아마존을 지칭한다. 이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빅테크는 광범한 네트워크와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무기로 디지털 시장을 거의 독식하는 형국이다. 피해를 입는 쪽은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다. 독점의 폐해를 그대로 감수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당연히 빅테크 규제 목소리가 높고 실제로 여러 나라가 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유럽 국가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빅테크들이 모두 미국기업이어서 피해의식이 강하다. EU는 빅테크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규제 대상은 자사 우대, 인앱 결제, 데이터 독점 등 행위다. 영국 역시 빅테크 플랫폼 독과점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영국 당국은 2022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을 제정하고 적극적으로 감독권을 행사 중이다.

빅테크 종주국인 미국 역시 빅테크 규제 필요성을 절감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얼마 안돼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또 하원도 즉각 이 법안을 통과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미국의 규제는 곧 벽에 부딪쳤다. 2022년 미국 의회는 관련 법안들을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모두 폐기했다. 여기에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작용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자국 빅테크가 힘이 빠지면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EU 27개국 전역에서 지난 7일부터 빅테크 갑질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이 전면 시행됐다. 규제 대상은 모두 6개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이들 회사들은 소셜미디어 등 20여개 서비스에 관련해 의무 조항을 지켜야 한다. 3자 서비스 간 상호운영을 허용해야 하며, 자사 우대행위도 금지된다. 또 개인정보를 획득한 뒤 다른 플랫폼에서 이를 활용할 수 없다. 의무 위반에 따른 벌칙이 무겁다.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벌써부터 미국과 중국 등이 반발하고 있다.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또 해당 기업들도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EUDMA는 사실상 빅테크 규제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빅테크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입법 움직임은 아직 없다. 국회에서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규제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과연 미국 빅테크들을 실질적으로 감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분간 EU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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