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지난 달 통계청은 2023년 인구동향조사 잠정치 출생ㆍ사망통계를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고,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7.7% 감소하였다. 이러한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며, 추세의 반전이 없다면 내년 출생아 수는 20만 명 선도 깨질 전망이다. 

  우리 지역 통계는 더욱 암울하다. 보통 도 지역 합계출산율이 특ㆍ광역시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 전북은 예외다. 작년 전북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9개 도 지역 중 꼴찌(경기, 0.77명)에서 두 번째다. 전남(0.97명), 강원(0.89명), 충북(0.89명)에 훨씬 못 미치며, 광역시인 울산(0.81명), 대전(0.79명)보다 낮다.

  인구 절벽의 그늘은 학교 현장에도 짙게 드리워진다. 올해 전국적으로 157개 학교에서 초등학교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는 전북이 34곳으로 가장 많았다. 중요한 건 추세다. 경북(32곳→29곳)과 전남(29곳→20곳)이 감소한 반면, 전북은 작년 20곳에서 85% 증가하였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우리 지역 교육당국의 작은 학교 정책은 전무라 해도 무방하다. 만약 관련 정책이 있었다면 철저히 실패했음이 확인되는 통계다. 

  전북교육청은 몇 해 전부터 그린스마트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소규모 학교의 낡은 교실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교육부가 작년 갑작스레 학생 수 60명 미만 학교에 대한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한 전북형 농촌유학에 올해 신규로 79명 등 총 126명이 참여하는 것과 관련 도교육청은 지난해 84명에서 50%가 급증한 수치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프로그램 연장 신청자가 47명으로 44%의 학생은 연장을 포기한 것, 그리고 작년 농촌유학에 참여한 6학년 학생 중 지역 내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 수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이를 포함한 면밀한 효과성 분석이 요구된다. 

  농촌유학 참여자가 매해 늘고 있고, 농어촌 작은 학교를 대상으로 통학 제한을 없애는 어울림학교 사업 역시 확대됨에도 전체 학생 수는 오히려 줄었고, 신입생 없는 학교가 급증했음은 안타까운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통계상 수치의 반전을 위해 갑자기 ‘학교통폐합’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까 우려스럽다. 작은 학교를 단지 수치에 의해 정의되는 명칭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작은’이란 단어는 미니멀리즘, 기후 위기 극복, 골목길과 추억, 여유와 쉼, 협력과 나눔, 생명의 태동, 개별적 성장과 개체 간 연결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수립 시 마을에 함의된 역사와 맥락, 마을이 갖는 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교육당국만이 아닌 지자체와 지역민 모두가 학교와 마을의 상생을 위해 공조하고 협력해야 한다. 

  더불어 조례 제ㆍ개정과 예산 확보 등 지속 가능한 제반 조건을 마련하고, 경쟁력 있는 학교로의 특화를 위해 작은 학교 전반을 자율학교로 지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촌유학 등 타지역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 시 형식만이 아닌 성공요인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며, 우리 지역 특성에 맞게끔 변형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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