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국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사회 문제의 하나가 바로 임신 중지 즉 낙태 허용 여부다.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골치 아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도 나라마다 가지각색이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는 허용했다가 다시 이를 번복하는 사례도 있고, 애써 외면하는 사례도 많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찬반 논리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임신 중지를 찬성하는 쪽은 여성의 행복권과 자기결정권, 건강권 등을 내세운다. 시민의 기본권임에도 만약 임신 중지를 죄로 규정하고 법적으로 처벌한다면 이는 반민주이자 반인권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임신 중지를 반대하는 쪽은 태아도 어엿한 생명으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논리를 견지한다. 특히 종교계는 성서나 다른 경전들을 인용하면서 임신을 중지하는 것은 엄중한 죄이며 생명 경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름 근거가 있는 견해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치 않다. 예컨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라든지, 빈곤, 남녀간 결별 등등의 임신 중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임신 중지권을 폐지한 미국에서는 202210살 성폭행 피해자가 임신 중지 수술을 못받아 주 경계를 넘나들며 헤매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임신 중지 찬성 쪽에서는 미친 짓이라며 연방대법원의 임신 중지 허용 위헌 판결을 비난했다.

전반적인 추세는 임신 중지 허용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고 세계보건기구도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등 임신 중지권을 인정하는 흐름이다.

프랑스 의회가 4일 임신 중지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에 임신 중지 자유를 직접적으로 명문화한 것은 프랑스가 세계 최초다. 개정 프랑스 헌법 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프랑스는 이미 임신 중지를 법으로 허용해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재생산권을 명문으로 보장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찬반 양 진영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환영 일색이지만 종교계 등은 생명 경시를 헌법에 못박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법을 개정해야 했지만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의 공백상태인 것이다. 임신 중지를 해도 처벌받지는 않는다. 반면에 여성 입장에서는 죄도 아닌데 아무런 제도적 지원을 못 받으니 당혹스런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의 무책임 극치라고 할 것이다. 이번 프랑스 헌법 개정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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