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이 약 3주째 장기화되면서 14일 전북지역 대형병원을 찾는 시민과 환자들이 의료 대란 우려속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이원철기자
전공의 파업이 약 3주째 장기화되면서 14일 전북지역 대형병원을 찾는 시민과 환자들이 의료 대란 우려속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이원철기자

 

“이제는 아프거나 다치는 것도 무서워요.”

14일 전북대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김정숙(64)씨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매일 아침 뉴스 의료진들이 이탈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때면 가슴이 철렁거린다. 혹시나 아프신 아버지가 잘못 될까봐···”라면서 “교수분들도 전공의 수명의 몫을 하느라 한계치에 달했을 텐데, 이제는 걱정이 아니라 공포감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4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이제는 환자들의 우려가 공포감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찾은 전북대병원 본관. 전공의 이탈 초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소수의 환자들이 앉아서 대화하는 것마저 들릴 정도, 접수처 직원들의 하품 소리가 병원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카페마저 간호사복을 갖춰 입은 이들로 가득했다. 접수처의 알람보다 카페 주문 접수 알람이 더 울려대는 듯했다.

같은 시간, 원내 카페에서 수의를 입은 한 전문의도 마주칠 수 있었다. 착용한 마스크 위로 피로감과 걱정 근심으로 가능한 눈빛이 일렁였다. 3주째 쏟아지는 전공의들의 업무에 대한 부담이 큰 모양새다. 그는 수차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스스로 어깨를 안마하기도 했다. 

카페에 앉아있던 수많은 간호사들도 웃음소리 대신 병원에 대해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커피를 마시던 한 간호사는 “우리(병원)병동도 축소했다면서? 큰일이네”, “교수님들도 지금 엄청 예민하시더라. 나도 괜히 조심하게 돼”라는 등 병원의 현 상황을 토해냈다.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 이지석(53·가명)씨는 “진료받는데까지 3시간이 걸렸다. 난 그나마 참을만한데 급한 환자들은 어쩌냐"며 "중증환자들을 우선순위로 진료를 봐준다고 해도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안 벌어진다고 장담 못 하는 상황 같다. 이젠 아픈 것도 다치는 것도 무섭다”라고 걱정했다.

현재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반발은 전공의들과 대규모 휴학 사태를 넘어 교수진(전문의)의 사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전북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이 없는 대학에서 교수들의 존재 의미는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 사직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는 15일 예고된 교수들의 집단사직 여부는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의료현장에 남아서 의료공백을 메꿔가고 있는 이들의 사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수련병원이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의대 교수들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집단행동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의료 정상화는 미래 의료계의 주역인 의대생 여러분과 의료 인재를 키워내고 있는 의대 교수 여러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