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의 역사를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일본으로부터 라면 만드는 기술을 들여와 1963년 처음 국산 라면을 출시했으니 올해로 61년이 된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하나의 음식으로서 역사를 따지자면 짧은 세월이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한국 라면의 진화는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량에서는 물론이고 제품의 질과 맛, 다양성 측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라면의 진화라고 부르기로 하자.

처음 삼양공업에서 선보인 라면의 이름은 삼양라면이었다. 일본 묘조식품의 기술을 들여온 것인 만큼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등 작은 차이만 있었을뿐 거의 같았다. 그리고 일본처럼 닭고기로 맛을 냈다.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밀가루 인스턴트식품 자체가 낯선데다 그 맛 역시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꾸준한 홍보와 정부의 혼분식 지원 정책이 효과를 내 1969년 한 해 동안 1500만 봉지가 팔렸다. 명실공히 한국 국민들의 소울푸드로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물론 경쟁이 심해졌다. 1965년 롯데공업이 라면 시장에 진입했다. 1970년대 롯데는 농심라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로 히트를 치면서 회사 이름도 농심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은 레드 오션으로 변했다. 팔도(한국야구르트)와 오뚜기가 가세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를 거치면서 라면 진화는 속도가 붙었다. 소고기 육수에다 하얀 국물, 국물 없는 라면 등이 연이어 나왔다. 봉지 대신 용기도 등장했다. 컵라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후에도 북엇국, 고추장찌개, 짬뽕라면 등등 신제품들도 쏟아졌다. 라면 시장도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2000년대 드디어 한국 라면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라면 수출액이 952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 수출도 8600백만 달러로 1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월 기준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9.4%가 늘어난 것이다. 기록 갱신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수출된 라면은 면발 길이로는 약 1km, 지구를 2539바퀴에 달한다. 수출상대국가도 132개국이나 됐다. 아프리카에까지 한국 라면은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라면의 진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라면 제품 종류는 수출용을 빼고도 400종을 훌쩍 넘는다. 관련 특허만 해도 65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또 회사들의 연구개발 경쟁도 날로 치열한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라면 신제품 경쟁이 너무 나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한국 라면인 만큼 앞으로도 기술이나 품질 경쟁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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