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희 남원여성단체협의회장
/인영희 남원여성단체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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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가를 받아 도시에 있는 친구들과 만났다. 

나이들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는 건강 얘기다.

한 친구가 운동 후 팔꿈치 통증으로 진료 받았던 얘기를 시작한다.

병원에서 상담실장이란 분이 실손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더니 의사에게 메모를 전달하였고 의사는 고가의 도수치료를 10회나 처방하였다고 한다.

단순 물리치료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었지만 의료적 소견이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의 말이 절대적인 힘이었기에 처방을 거부할 수도 없었단다.

진료 후 인근 편의점에서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 여러 명이 모여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을 본 친구는,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유치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병원이 있다더니 혹시 이 곳이 사무장병원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자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는 친구가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근무하는 병원의 물리치료실 한쪽에서 피부 관리와 온 몸 마사지 서비스를 해주는데 인기가 좋아서 실손 보험 환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는데 본인도 며칠만이라도 입원해서 휴양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며 수 천만 원의 진료비가 이런 병원으로 흘러 나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내가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진다.

심심찮게 나오는 사무장병원 적발 뉴스에 의하면 확인된 부당금액이 3조 4천억 원이나 된다니 그 천문학적인 규모에 우선 놀랐고, 그 부당 금액에 대한 환수율이 겨우 6.9%(약2,4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건보공단에서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금액을 왜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는지가 궁금하다.

공단에서는 자금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수사권한이 없어 사무장 병원 혐의 입증이 어렵고, 또한 적발을 했다 하더라도 장기간의 수사 기간 동안 사무장이 재산을 다 빼돌리기 때문에 환수는 더욱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휴식과 피부 마사지를 위해 입원하는 사람들의 부당한 진료비를 계속 내가 낸 건강보험료로 지불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반갑게도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한 특사경(특별사법경찰권) 권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사경 권한이 도입되면 사무장병원의 초기단계인 개설 시점부터 운영상의 자금흐름까지 연계하여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적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 조직망과 경험 많은 전문인력, 그리고 공단의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하여 사무장 병원 포착과 동시에 신속하게 수사하여 조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수사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무장이 재산을 은닉하기 전에 빠르게 채권 확보를 할 수 있어 연간 약 2천억 원의 재정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공단 특사경 권한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했다.

병원을 이용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문성 있는 조사와 신속한 채권확보 조치를 위한 공단 특사경 도입 노력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행정 권력을 우려하여 공단 특사경에 반대하고 있다는데 그 쟁점이 되는 부분은 충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보완하고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제대로 쓰이는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사무장병원의 효과적 단속으로 인해 절감되는 재정은 수가인상과 간병비 등 필수의료 확대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고령화를 대비한 노인의료비에도 소중한 재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국민·보험자·공급자 모두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음 친구들 모임에서는 공단의 재정관리 노력으로 나의 건강보험료가 줄어들었다는 기분 좋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소소하게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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