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지역 수련병원들의 병동 폐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중보건의들이 의료파업 현장에 긴급 파견되면서 의료 취약지역 공백 확대에 따른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대 교수협의회는 전공의에 대한 처벌이 가시화되면 ‘집단 사직’에 나설 수 있음을 언급했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 전원 사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물론 정부입장은 강경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응급 환자 및 중증 환자에 대한 빈틈없는 비상 대응과 함께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과 관련해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덕수국무총리 역시 13일 "의대정원 2천명 증원 근거는 명확하다“며 집단행동에 동참하려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자제를 촉구 했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3주를 넘기면서 생사 기로에선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전공의 부족에 따른 환자 수용 한계로 21개 수술실 중 40% 정도만 겨우 가동 중인 전북대 병원은 급기야 12일부터 본관 5층 1개 병동을 폐쇄했다. 원광대 병원 역시 이날 7층과 5층 병동 운영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에 경영난까지 가중되면서 병동을 축소하는 긴급상황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병상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병원에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배치키로 한 결정에 따라 도내에서도 농어촌 보건소에 근무 중이던 공중보건의사 10명과 군의관 1명이 차출됐다. 인근 지역 공중보건의가 순회 진료를 하고 있지만 매일 하던 진료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축소된 곳도 있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겼다. 더욱이 향후 차출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앙에 앞서 취약한 지역의료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극한 대치가 자칫 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쪽의 일방적인 항복만을 요구하는 강 대 강 대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고통과 염려가 분노의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엄중하다. 더 이상의 극한의 대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전공의가 있어야 할 자리는 환자 곁이고 정부는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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