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인근 부라케부구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바로 천연수소 발견이다. 마을에서는 물을 얻기 위해 여러 곳에서 시추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한 작업자가 담배를 문채 시추공을 들여다보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다행히 이 사람은 작은 부상을 입는 데 그쳤다. 사건이 잊혀질 때쯤인 2007년 말리의 에너지 개발업체 페트로마가 해당 지역의 탐사권을 얻었다. 그리고 시추를 한 결과 이곳에서는 98% 순도의 천연수소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천연수소가 실제로 땅 밑에 부존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후 이 회사는 사명을 하이드로마로 바꾸고 5개의 천연수소 저장공간에서 수소를 퍼올려 발전을 했다. 경제성도 있었다. 천연수소 킬로그램당 원가가 1달러 미만이었다. 현재 전문가들은 축적된 수소량이 약 500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알리우 디알로는 이렇게 말했다.

수소는 인류의 게임 체인저다.”

이에 자극받아 천연수소 탐사 붐이 일었다. 현재 수소 우물을 파고 있는 곳은 말리를 비롯해 미국 네브래스카주와 캔자스주, 호주 남부 민라톤, 스페인 피레네 산맥 기슭 등이다.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탄광지역도 유력한 천연수소 매장지라고 한다.

투자도 활발하다. 빌게이츠는 미국 스타트업 콜로마에 큰 액수를 내놓았다. 또 천연수소 매장 가능성이 높은 호주의 하이테라나 골드하이드로젠 같은 스타트업도 기업 공개를 통해 수백만 달러를 유치했다.

지난달 하순 미국 지질조사국 제프리 엘리스 박사는 전 세계 지하에 약 5조톤의 천연수소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23%만 개발해도 5억톤으로 예상되는 수요량을 1만년 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촌의 수소 수요는 약 1억톤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프랑스와 알바니아 과학자들은 알바니아 북동부 불키저에 위치한 크롬 광산에서 연간 2백톤 이상의 수소가 솟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천연수소(골드수소)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처음 유전 시추에 성공하고 석유 시대가 열리는 장면도 현재와 비슷하다. 그래서 골드수소를 향한 골 러시가 시작됐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석유공사가 탐사에 착수함으로써 이에 동참하고 있다. 또 관련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다만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해 상업 생산이 시작되기까지는 수년 혹은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천연수소가 앞으로 게임체인저가 될지, 희망사항 아니면 사기극에 그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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