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의료진들이 추가 이탈하면서 장기화 국면이 우려되는 가운데 5일 전주 예수병원 접수 및 수납창구 앞을 환자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이원철기자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의료진들이 추가 이탈하면서 장기화 국면이 우려되는 가운데 5일 전주 예수병원 접수 및 수납창구 앞을 환자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이원철기자

 

정부의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을 넘긴 4일째, 본격적인 장기화 국면에 접어 들었다. 정부의 강경대응에도 전공의들의 ‘이탈 행진’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공백으로 인한 고통을 쏟아내는 한편, 전공의들이 사라진 의료현장에 남겨진 의료진들은 ‘죽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칼 빼든 정부... “구제없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이 훌쩍 넘어가면서, 미복귀로 인한 '무더기' 의사 면허정지 처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선처없이 법을 적용하고 지난 2020년 총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구제는 없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11월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총파업과는 다르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5일 보건복지부는 전국 100개 수련병원 중 50곳은 현장점검을 마치고, 나머지 병원은 서면 보고받았다. 보고 받은 50개 병원 가운데서도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면 즉시 면허정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부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5명에 대해 고발, 수사에 착수하면서 전공의 무더기 기소의 신호탄이 터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사 면허 취소’ 사례까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전 통지 후 의견 청취 결과, 전공의들이 내놓은 의견이 타당하지 않고 납득되지 않으면 처분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경우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하의 면허정지 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 해질 수 있다.

▲정부 압박에도 꺾이지 않는 의료계

정부의 압박에도 의사들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현재 전북을 포함한 전국에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 근무지를 이탈하는 한편 전날에는 전임의까지 이탈하기 시작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출근이 예정돼있던 인턴 52명 대다수가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또 레지던트 154명 대부분이 업무를 중단했으며, 전임의 26명 중에서도 임용을 포기자가 나왔다. 예수병원은 레지던트 62명 중 57명이, 신규 인턴 19명 중 18명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으며 전임의 일부가 임용을 포기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의협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반발했다.

이처럼 대형화재처럼 번지고 있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선 의료진과 환자들 

이날 오전 찾은 전북대병원 본관은 한산했다. 파업 전 접수처에 북적이던 환자들도, 매초마다 울려대던 접수 알림 전광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환자 보호자들의 쉼터로 불리며, 항상 사람이 몰렸던 원내 카페에는 이미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이 점령한 지 오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수련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으로 몰리기 시작한 모양새다. 도내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파업 이후로 병원을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이 20%가량 늘었다”고 종합병원의 상황을 전했다.

이곳에서 마주친 시민 임영란(52)씨는 “아는 지인들도 다들 다른 병원에 가겠다고 난리더라”면서 “의사로서의 존중은 하지만 우려스러운 사태를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응급실 뺑뺑이 등의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환자는 줄어든 것 같지만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죽을 맛이다. 기다란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 한 의료진은 기자 옆을 지나며 “빨리 가야 해 지금”이라 말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도내 한 수련병원 응급의학센터 관계자는 “너무나도 힘들어 죽겠다”면서 “사태가 하루 빨리 종료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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