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직접 주유할 수 있는 셀프주유소의 안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시간대 안전 관리자 자격이 있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소화기도 찾기 어려운 곳에 배치되는 등 안전사고에 무방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본보 기자가 지난 3일 오전 1시께 찾은 전주시 완산구의 한 셀프주유소에는 늦은 밤이었지만, 차량 3대가 줄지어 운전자들이 직접 주유를 하고 있었다.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으며, 안전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덩그러니 직원의 전화번호만 문에 부착되어 있을 뿐이었다.

특히 3대 차량 모두 시동을 켠 채 주유를 하고 있었으며, 이는 엔진작동 시 발생하는 정전기가 유증기와 만나 대형화재나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또 다른 셀프주유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원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조차 상주하지 않고 있었다.

유사시 신속하게 사용해야 하는 소화기는 굳게 잠긴 사무실 안에 있었으며, 외부에는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배치돼 있어 쉽게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운전자 최모(27)씨는 “새벽 시간에 주유를 자주 하는 편인데 주유소 내 직원이 상주해있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주유 중 시동을 켠 차량도 있어 순간 화재가 발생할까 봐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4일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도내에 소재 중인 셀프주유소는 총 396개소다. 

지난 2019년 230개소였던 셀프주유소가 5년 사이에 무려 166개소가 늘어난 만큼 이제는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셀프주유소 특성상 일반인이 직접 주유를 하다 보니 운전자가 주유기를 제대로 꽂지 않는 등 주유소 직원보다 장비사용에 미숙해 일반 주유소보다 사고 위험이 크다.

또 다가오는 여름철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유증기 발생량도 증가해 화재가 발생하거나 겨울철에는 정전기 등 자칫 화재 위험이 크다.

실제로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주유소에는 위험물 기능사, 위험물 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취득한 위험물안전관리자가 상주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주유소 화재 발생 시 신속히 주유기 전원을 꺼야 하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으면 자칫 큰 인명피해를 부를 수 있다”며 “소방당국은 셀프주유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현장점검과 관리·감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소방도 셀프주유소의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상반기에 도내 셀프주유소 396개소를 대상으로 위험물 취급기준 및 안전관리자 근무실태 등 셀프주유소의 안전관리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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