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을 가진 곤충들의 세계는 늘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도대체 지능이라고는 거의 없을 것 같은 곤충들이 어떻게 서로 돕고 일을 나누며 생활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사회를 형성하고 사는 곤충들로는 개미와 흰개미, 꿀벌 등이 있다. 개미는 최단 경로로 먹이 있는 곳을 찾아낸다. 벌은 최적의 거주지를 판단하고 선택한다. 이들 곤충사회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방면의 연구가 있었고 그 성과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인간 사회에서도 사회성 곤충의 생태를 배워 응용하기까지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회성 곤충의 생활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선 계급사회다. 보통은 여왕과 일꾼인데 개미·흰개미에서는 병정개미가 한몫을 하고 있다. 흰개미에게는 여왕이 유사시 역할을 대신할 부여왕과 부왕 개미도 있다고 한다. 또 분업체계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다해 거대한 무리를 만들고 유지해나간다. 생식그룹은 번식을 담당하고 일꾼들은 집을 짓고 육아를 담당하며 식량을 모으는 일을 한다. 또 연락이나 질서유지를 위한 소통 수단도 갖고 있다. 바로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이다. 곤충들은 이 물질을 이용해 서로 의사를 주고받는다.

사회성 곤충의 특징 중 하나는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지구상 개미 숫자는 14천종에 1경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 마리 한 마리는 작고 연약하지만 이 개체들이 많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한다. 생태계의 청소부인 개미, 식물들의 번식을 책임지는 수분 곤충 꿀벌, 나무나 목재를 분해하는 흰개미는 그래서 지구 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사회생물학자인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얼마 전 최재천의 곤충사회라는 책을 냈다. 이 에세이집을 통해 최교수는 곤충의 공생적 생태 속에 인간이 배워야할 지혜를 전했다. 그는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가 붕괴한다는 걸 동물사회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동물사회를 관찰하면 으뜸 수컷이 모든 것을 다 차지하지 않고 나눈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현대 들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곤충 수가 확 줄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먹이 사슬 위에 있는 새나 작은 포유류가 대규모로 멸종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곤충사회와 인간 사회를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곤충사회는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렇지만 자연을 파괴하고 종을 마구 없애는 인간의 무지막지함을 감안한다면 사회성 곤충에서 얻어내야 할 교훈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평등과 상생, 희생정신, 근면이라는 미덕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특히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가운데 종을 번성시켜온 그들의 전략은 인간 사회에 좋은 교훈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사회성 곤충에 대한 더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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