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그래픽=조은우기자.
다단계./그래픽=조은우기자.

전북 전주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대·여)씨는 최근 가게 문을 연채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매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단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물건을 팔기 위해 문을 열어둔 상태로 옆집에 가서 다단계 상품을 판매하거나 매장에 온 손님에게 은근슬쩍 권유해보기도 한다”며 “회원가입을 시키면 건당 40만원씩 떨어진다는 소리에 시작은 했지만, 막상 해보니 물건 판매는 물론 회원가입도 여간 쉬운 게 아니어서 당분간 여기에 전념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단계 판매가 도내 일부 소상공인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 심화와 소비심리 위축 등의 어려움을 겪는 몇몇 소상공인이 절실한 마음에 자금확보를 하고자 다단계 판매로 눈을 돌린 것이다. 만병통치 파스, 다이어트약, 커피, 화장품 등 종류 또한 다양했다.

인근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정모(60대)씨는 “주변에 죄다 다단계를 시작했는지 동네 가게 주인들은 물론이고 손님들과 이야기 몇 마디 나눠보면 다단계를 이야기뿐이다”며 “제품은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나도 몸이 안 좋은 곳이 있어 조금 더 싼 값에 제품을 살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아 겸사겸사 시작했다”고 말했다.

의류업자 조모(50대)씨가 1개(30개입)에 20만 원 상당하는 다단계 판매 물건을 보여주며 기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조은우기자
의류업자 조모(50대)씨가 1개(30개입)에 20만 원 상당하는 다단계 판매 물건을 보여주며 기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조은우기자

이에 의류업자 조씨(50대)는 "가뜩이나 장사도 되지 않는데 죽치고 앉아 사줄 때까지 버티고 있는 데다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라 체면상 구매를 안 해줄 수도 없다"며 "‘이거 사주면 나중에 우리 가게에서 뭐 하나 구매해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사주긴 하나 돈은 돈대로 나가고, 불확실한 물건이라 불안해서 본업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처럼 다단계 판매가 성행함에 따라 소상공인들이 이에 대해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북소비자센터는 당부했다.

센터 관계자는 "정상 다단계 업체의 경우에는 직접판매공제조합이나 특수판매공제조합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니 꼭 확인해야 한다"며 "판매 사원으로 등록하기 전, 물건을 대량으로 선구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사항에 ‘3개월 내 반품 가능’ 항목이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합에 가입이 됐다면 문제 발생 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다단계 판매에서 발생하는 대다수 피해가 반품이 안 돼 물건을 떠안게 된 경우다"며 "다단계는 활발하게 영업하지 않는 이상 큰 이익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니, 시작할 때는 신중하게 생각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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