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전 황욱 작 '도연명의 귀거래사' 8폭병풍, 1989년, 한지에 먹
석전 황욱 작 '도연명의 귀거래사' 8폭병풍, 1989년, 한지에 먹

병풍은 보통 가리개나 장식물 등 그 용도와 위치상 배경 정도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글과 그림, 자수가 새겨진 병풍은 당시의 회화적 특징을 가늠할 수 있다. 지그재그로 접혀 단순히 공간에 세워진 것이 아닌 예술적 가치에 주목하는 전시가 마련된다.

청목미술관이 소장품 기획전 병풍 펼치다21일부터 새달 10일까지 연다.

전시는 석전(石田) 황욱·강암(剛菴) 송성용·오담(鰲潭) 임종성·소림(素林) 송규상 선생의 작품, 8폭 병풍 6점과 12폭 병풍 1점 등 7점으로 구성됐다.

석전 황욱(1898~1992) ‘도연명의 귀거래사는 동진 시대 대표적인 은거시인 도연명(365~427)의 대표적인 한시 작품이다.

41세에 최후의 관직인 팽택 현령으로 재직하면서 상급 기관의 관리들에게서 현실의 벽을 깨닫고 내 어찌 살 다섯 말의 봉급을 위하여 그에게 허리를 굽힐소냐라며 사직했다. 귀거래사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은 작품으로, 이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강암 송성용 제목미상, 12폭병풍, 한지에 먹
강암 송성용 제목미상, 12폭병풍, 한지에 먹

강암 송성용(19131999)의 제목 미상인 12폭 병풍도 선보인다. ‘본립이도생(근본이 서야 방법이 생긴다)’온공자허(온순하고 공경하며 스스로 늘 부족한 듯이 사는 삶)’를 좌우명으로 살아온 선생의 기품을 엿볼 수 있다.

한평생 올곧은 정신과 격조, 단아한 품격으로 살며 강직한 성품을 예술로 승화시킨 거목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담 임종성 작 '묵죽도' 8폭병풍, 1997년, 한지에 먹
오담 임종성 작 '묵죽도' 8폭병풍, 1997년, 한지에 먹

오담 임종성의 묵죽도는 선생의 힘찬 선과 좌우 균형이 잘 잡힌 서체, 그리고 중후하고 화려한 붓의 율동은 운필이 갖는 조형미를 잘 드러낸다. 그는 악필서체로 유명하다.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 붓을 감싼 채 글씨를 써내려 가는 그의 필체에서는 활력이 솟아난다.

소림 송규상 대둔산 전망도고향의 정취와 풍광의 아름다움을 독특한 화풍으로 담아내고 있다. 산천을 누비며 직접 보고 그리는 실경을 드로잉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품은 맑고 투명한 수묵의 멋과 절제되면서도 담백한 기법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뤄 수묵담채화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소림 송규상 작 '대둔산 전망도' 8폭 병풍, 2021년, 한지수묵담채, 356x181cm
소림 송규상 작 '대둔산 전망도' 8폭 병풍, 2021년, 한지수묵담채, 356x181cm

미술관 관계자는 병풍이 가진 가구의 역할을 초월해 병풍을 펼쳐 그 안에 가려졌던 그림과 글씨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병풍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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