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 증원 정책을 규탄하며 의사 가운을 벗어 던졌다.

전북도의사회가 15일 현직 의사 7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일방적 정책이라고 규탄하며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를 향해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폐교된 서남대 의대를 거론하는 등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전북도의사회는 “현재 의사 수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도시와 면 단위는 의사들이 차고 넘친다”며 “다만 대형 병원의 필수의료과 의사들이 부족하다. 필수 의료과의 심장이 점점 멈춰져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 같은 응급상황에서 정부는 10년 후에나 배출될 의사 수를 늘린다는 황당한 처방을 내렸다”면서 “이는 필수 의료과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불균형을 해소시킬 수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폐교된 서남대 의대를 봐야한다. 기초 교수 40여 명이 없어서 폐교됐다. 40명을 가르칠 교수가 없는데, 어찌 한꺼번에 2,000명을 가르칠 수 있느냐”며 “교수도 없는 상황에서의 입학정원 증원은 해부 실습과 임상실습, 기초교육이 감당이 안 되면서도 의대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은 각 대학의 이공계를 붕괴시키면서도 국가 건보 재정에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 같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결국 국민 건강만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집회를 마쳤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지금까지 동결돼 있던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이는 ‘지역·필수 의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해소가 골자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릴 경우 2031년부터 의사가 배출돼 2035년까지는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 지역·필수 의료공백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도내를 포함한 전국의 의료계는 이를 두고 단순 수 늘리기인 데다,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기피 진료과 의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가 조정 등의 효과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인 시각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방향과 로드맵 등을 대외에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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