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의 기록을 바탕으로 송영애 박사가 재현한 상차림.
포크의 기록을 바탕으로 송영애 박사가 재현한 상차림.

우리나라는 예부터 자기 집으로 찾아온 손님을 조건 없이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정성스레 준비한 한상차림은 손님맞이의 백미로 꼽히기도 한다.

조선 접대문화를 담은 송영애 박사(한국전통문화전당 한식창의센터)‘1884년 전라감영을 찾은 푸른 눈의 손님가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 2월호에 실려 눈길을 끈다.

송 박사는 미국공사관 소속 해군 조지 클래이턴 포크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당시 외국인 혼자서 조선인 하인들 17명을 이끌고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권력자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민영익(1860~1914)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푸른 눈의 손님을 맞이한 전라도 관찰사 김성근(1835~1919, 18832~18851월 재임)은 첫 음식으로 고구마, , , 얇게 썬 쇠고기, 국수 등 푸짐한 음식을 내왔다. 조선어를 조금 알았던 포크는 씨, , 죽 등은 영어 발음과 비슷하다고 말하며 즐거운 분위기로 이끌었다.

포크는 전라감영에 18841110일 도착해 12일까지 23일간 머물렀는데, 서울 밖에서 본 집 중 가장 멋지고 편안한 곳에서 보냈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토종꿀, , 감을 보내고 10시가 되자 가슴까지 올라오는 엄청난 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놀라워하고, ‘관찰사가 특별히 나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며 음식마다 번호를 붙이고 자세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포크가 그려둔 상차림을 살펴보면 밥 1, 1, 김치 2, 나물 1, 젓갈 3(2), 1, 구이 3, 찌개나 전골 형태 2, 2종 등으로 총 17종으로 구성됐다.

별도로 술병과 술잔이 놓인 상도 차렸다. 육류 요리가 소고기뭇국, 닭구이, 맥적구이, 쇠고기 편육, 육전, 오리탕, 꿩탕, 불고기까지 여덟 가지다. 이 요리를 만드는 육류의 종류도 다섯 가지나 된다. 포크는 관찰사 김성근이 민영익에게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해 주기를 바란다는 걸 눈치챘다고 전해진다.

종가의 접빈상 예.
종가의 접빈상 예.

조선의 손님맞이와 상차림은에서 김현숙 박사(이화여대)는 종부(종가의 맏며느리)가 직접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향촌 사회에서 손님맞이의 의미를 담았다.

조선 양반가에서 접빈객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러므로 안주인은 심혈을 기울여 손님을 접대했다.

1849년 말부터 약 16개월의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 충남 홍성군 갈산면 수한리 안동김씨 선원파의 종부 유씨 부인 일기를 통해 손님의 사회적 지위에 따른 상이한 상차림를 엿볼 수 있다.

손님의 수는 현직에 있을수록, 그리고 높은 관직에 있을수록 증가한다. 따라서 이들의 수는 주인의 사회적 권세와 추종자의 수를 상징했다. 한 예로 1850년 늦가을 손님, 청양 현감에게는 조반으로 육개국(개고기)과 만두, 점심에는 신설로, 오후 간식으로 유자, 석류를 넣은 화채와 사색 정과 등 가문의 품격을 뽐낸 음식을 내었다.

반면 하민에게는 들충벼(쭉정이가 많고 덜 익은 벼)’를 빻거나, ‘구즌쌀(지난해 생산된 묵은쌀)’로 밥을 해줬다고 한다. 이외에도 웹진 담에서는 손님맞이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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