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레 술 래이메노 바 '알마티의 하늘'
사울레 술 래이메노 바 '알마티의 하늘'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땅 이야기:Kazakhstan all the Time’은 거대서사와 권력에 저항하는 카자흐스탄의 동시대 미술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3명의 작가들은 자국의 사회·문화·정치적 이슈뿐만 아니라 전지구적인 차원의 구조적 문제를 각자의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전시는 지난 2015년부터 총 5회에 걸쳐 진행한 아시아 국제전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미술관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체제를 비판하는 동시대 미술을 조명해 왔다. 올해는 그 지리적 범주를 중앙아시아의 중추 카자흐스탄까지 확장했다.

유럽과 아시아 문명의 매개 역할을 해온 카자흐스탄. 그 미술은 역사적 특성과 삶이 연계돼 있다.

고대 카자흐스탄은 역동적인 지리적 위치로 인해 문화적 다양성과 유연성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근현대 시기에는 유목문화라는 정체성을 들어 소비에트 체제의 예술을 되받아 썼다. 그리고 체계와 구조 재편이 빠르게 진행 중인 현재의 경우, 상충하는 이념과 가치들이 카자흐스탄의 동시대 미술을 보다 다층적으로 분화시키고 있다.

전시는 예술이 소외되고 망각된 타자와 사건을 관계 지으며, 고정화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에 주목한다. 인과의 폭을 넘어서는 타자적 시간관을 전제로 카자흐스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톺는다.

아스캇 아크로메디 아로프 '가만히'
아스캇 아크로메디 아로프 '가만히'

일례로 4전시실에서는 20세기 후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사회적 탄압과 비극을 다룬 작품들을 다룬다. 작가들은 이런 문제들이 과거 역사 속에서 맺어진 결과이자 먼 미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거꾸로 매단 수십 개의 솥단지와 이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굉음을 통해 소비에트 체제의 정책으로 발생한 카자흐스탄 대기근의 참담함을 비유하고 있다.

전시명에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땅은 판타지 소설 작가 J.R.R. 톨킨의 창작세계의 근간이 되는 상상의 장소로, 다양한 존재들이 연대하며 살아가는 영토를 의미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거대한 힘에 맞서며 개인과 사회의 존엄을 지키고자 계속해서 걸어 나간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전시에서 다루는 공공의 변화를 위해 작동하는 예술과 같은 궤를 그린다. 예술은 삶과 손을 맞잡으며 서로가 서로의 맥락이 된다.

미술관 관계자는 면서 어쩌면 이 전시는 카자흐스탄이라는 커다란 가운데땅위에서 예술을 렌즈 삼아 기존의 체제들을 의심하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를 가두는 테두리를 문지르고 다시금 삶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용기를 내어보자고 말했다./전시는 310일까지./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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