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당미술관이 기획전으로 희미한 늪 water swamp’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은 도내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 이길빈다와 이주영, 조수진, 황지영의 작품 40여 점으로 채웠다.

참여 작가들은 일명 배회하는 충치들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개개인의 어떤 문제점 혹은 생의 모양에 비유해 스스로 충치들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람들이 종종 안 좋은 상황을 빗대어 말할 때 늪에 빠졌다고 말하는 데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늪은 겉보기에는 매우 음침하고 빠졌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안전하고 청정한 구역이라는 걸 표현하고 있다.

이길빈다는 우리가 갇힌 이 늪은 포켓몬스터 212번 도로와 같은 가상의 늪이라고 말한다. 가상의 공간에 들어앉았다고 생각하니 게임 캐릭터 같은 기분이 들면서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운이 난다고. 우리는 이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무한한 어떤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고 전했다.

조수진은 아주 작은 물음부터 느낌, 감각들을 기억해 행복의 조각들로 모아두었다. 이는 작업의 밑바탕으로 때론 사물이 될 수도 있고, 빛이 되기도 하는 작가에게 있어 재미있는 놀이라고 한다.

이주영은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조차 없는 고요한 늪에서 느끼는 감정과 감각들을 포착한다. 어두운 주변과 시선의 끝에 노란빛을 비춰 따뜻해져 가는 늪 어딘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황지영은 늪을 사랑과 생명의 원천으로 봤다. 늪의 고여 있는 물이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공간 안에서는 동식물들의 삶과 죽음을 관여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생태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정봉화 미술관 대표는 이번 전시는 청년 작가들을 응원하는 자리로 현실 사회에서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그들만의 미학적 견해를 가지고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새달 11일까지./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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