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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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다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

 영화 <가타카>나 <마녀>는 ‘유전자편집’이라는 생명공학기술로 인간의 선천적 열성인자를 제거하거나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다. 이들 영화는 미래지향적 허구의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유전자가 변형된 생물체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생명공학기술은 발달되었고 유전자편집 농작물이 실제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셀렉티스(Cellectis)의 최고경영자인 앙드레 슐리카(Andre Choulika)는 “유전자편집 식물은 21세기 인류의 주식(主食)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변형생물체(GMO)는 특정 생물체 DNA에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삽입해서 유용하게 변형시킨 생물체 혹은 이를 제조·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하지만 외래 유전자가 도입되는 GMO에 대한 식품으로서의 안전성 논란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반면에 최근에 개발된‘CRISPR/Cas9 유전자 가위’는 특정 생물체에 외부유전자의 도입 대신 그 생물체 자체의 DNA 서열을 삭제, 삽입 혹은 수정하는 유전자편집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연구자가 원하는 특정 유전자만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편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GMO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 불안정 등으로 인해 품종개량을 가속화 하는 획기적인 육종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편집 기술의 적용으로 짧은 기간 내에 원하는 형질을 갖도록 품종을 개량하고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요구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유전자편집 기술 적용을 통해 개발되고 상용화된 작물에는 갈변 현상을 완화한 버섯과 감자, 영양 가치를 높인 밀과 콩 등이 있다. 축산분야에서도 이종장기이식용 돼지, 뿔 없는 소, 털이 짧은 소 등이 이미 개발되었다.

 최근에 유전자편집 기술 적용을 통해 가축의 경제형질, 강건성, 질병저항 등의 측면에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한우의 근육발달 촉진을 위한 핵심유전자를 발굴하고 기능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우뿐만이 아니라 다른 축종 및 질병과 같은 타 연구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축의 육종 및 개량의 가속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편집 농축산물은 식품으로서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유전자편집에 의해 생산된 일부 농축산물들을 식품으로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성 확보 및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설정 등을 통해 유전자편집을 적용한 농축산물 개발 및 상품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앞으로 유전자편집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이견을 해결하고 더욱 활성화시켜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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