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 혹은 순문학이란 용어가 있다. 이는 원래는 참여문학과 대비되는 것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대중문학 혹은 장르문학과 구별되는 개념이 됐다. 단순하게 말하면 순수문학은 예술성을 추구하는 반면 대중문학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겨낭해 흥미 위주로 간다. 구체적으로 순수문학은 탄탄한 구성과 정교한 문체, 개성적 캐릭터, 인물의 내면 변화 등이 강조된다. 이에 비해 대중문학은 스토리 중심이면서 가볍고 통속적인 소재를 다룬다.

그렇다면 문학 시장에서 판도는 어떨까.

두말할 나위 없이 시장원리에 따라 대중문학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상업성을 중시하는 출판업계도 순수문학 보다는 대중문학 쪽에 관심을 기울인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순수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여기에 인터넷이 대세가 되면서 웹소설까지 순수문학을 압박하고 있다.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850억원에 이른다. 2년 만에 50% 성장했다. 출판시장은 규모는 51천여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출판사들의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2년의 경우 주요 출판사 이익은 전년 대비 38.7% 감소했다. 자연스레 순수문학은 위축일로에 있다. 궁지에 몰린 출판사들은 순수문학 분야 책 발간을 꺼린다.

그래서 문학의 위기는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굳이 대중문학이나 웹소설 등을 포함시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순수문학만 따지면 위기라는 표현이 맞다. 문단에서는 문학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불만이다. 하지만 대세를 뒤집을 어떤 계기도 만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출판·문인단체들이 지난달 문학나눔 사업을 비롯한 문학출판 지원사업과 작가 지원사업은 폐지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 등 7개 단체는 성명에서 올해를 끝으로 폐지될 가능성이 큰 문학나눔사업이나 작가 지원사업을 계속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들은 지금 한국의 문학·출판은 미증유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문학인과 출판인들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순수문학은 과연 이렇게 사라져야 할 정도로 쓸모가 없을까. 아니다. 순수문학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많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을 깊이 해부하고, 그 의미를 묻고, 나아가 답을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 또 교훈이나 재미를 주는 한편으로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요즘 잘 나가는 K-컬쳐의 원천도 문학이 담당한다고 보아 무방하다. 정부가 문학출판 분야 지원을 줄인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문학무용론이니 문학소멸론이니 하는 비관론을 정부가 부추겨서야 되겠는가고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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