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판과 소리의 결합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판은 일이 일어나는 자리라는 뜻이고, 소리는 말로 하는 성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둘을 합치면 이야기를 노래로 하는 공연 양식 정도로 받아들이면 무방할 것이다. 특히 판소리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은 바로 판이라는 말에서도 보듯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자의 참여 없이 판소리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귀명창이라는 말이 나왔다.

판소리 역사를 살피다 보면 전라도 특히 전라북도 관련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띈다. 동편제의 본향이 바로 남원이고, 서편제를 만든 박유전 역시 순창 사람이다. 박유전은 고향을 떠나 보성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서편제를 창시했다. 또 판소리가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큰 잔치는 바로 전주대사습이다. 전주대사습은 조선후기 전주감영과 전주부 통인들이 주도한 것으로 일종의 판소리 경연대회다.

이렇게 전라도가 판소리 중심이 된 데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그 모태가 전라도 서사무가에서 연원했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판소리 음악이 호남지방 무가와 상통하는 바가 많다는 이야기다.

판소리 관련 최초 기록에도 전라도가 등장한다. 만화 유진한이 1753~4년에 걸쳐 호남지방에서 판소리 춘향가를 즐기고 쓴 글이 바로 만화본 춘향가다. 한시 형식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확실하게 기록돼 있다. 그러니까 18세기 후반 판소리 춘향가는 이미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순창군의회 조정희 의원이 지난달 말 우리나라 판소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간직한 순창군을 판소리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판소리는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은 동편제, 서쪽은 서편제로 나뉘는데 순창군이 양대 유파를 아우르는 소리의 고장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하고, 그 예로 서편제를 창시한 박유전과 동편제 대가 김세종, 장자백, 장판개 명창 등을 거론했다.

순창만이 아니다. 전북 곳곳이 모두 판소리 성지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과거 판소리가 겨우 명맥만 이어갈 때는 그 연원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판소리는 세계화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이 관객들 기립박수와 가디언지로부터 별 다섯 개 평가를 받아 판소리의 미래를 밝게 했다. 창극은 판소리에 연기와 무대장치 등을 더한 것으로 한국판 뮤지컬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흐름이라면 판소리는 곧 K-컬처의 전위대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전북의 판소리 성지화는 그래서 더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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