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치료비보다 간병비가 더 많이 드는 현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미뤄지면서 이젠 ‘간병살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 한쪽이 심각하게 멍들고 있다. 오랜 간병이 결국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고 결국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전주완산경찰서는 수년간 뇌졸중을 앓아온 아내의 병간호에 지쳐 아내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말기 대장암 환자 80대 A씨를 검거한 일이 있었다. 4월에는 진안군의 한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가스에 중독된 채 발견됐는데 아버지(86)와 어머니(82)가 숨진 현장에는 “치매에 걸린 부모님 모시고 간다. 죄송하다”는 50대 아들의 유서가 있었다. 당시 아들은 중태였다. 언젠가는 환자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간병인으로서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는 보호자가 될 수도 있는 간병이 가져온 비극이다. 

하지만 환자도 고통이지만 결국 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선 집안에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병에 대한 걱정에 더해 ‘간병은 누가하지?’란 현실적인 부담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코로나19 이전 하루 7만 원~9만 원 했던 간병비가 이제는 13만 원~15만 원으로까지 올랐다. 전주시 기준 간병비가 24시간 평균 12만 원에서 15만 원임을 고려할 때 한 달에 병원비를 제외한 간병비만 450만 원이다.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다.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집안 내 갈등에서부터 결국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단계로까지 몰아가는 간병에 대한 국가책임 논의를 더는 미뤄선 안 되는 이유다. 

간병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둔다는 건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방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실질적 확대를 비롯해 개인간병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에 이르기까지 내실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간병지원제도의 전면적 보완을 위한 민생의제의 가장 앞에서 다뤄야 한다. 비싼 간병비가 국민을 간병파산·간병살인으로 몰고 가는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되도록 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초고령사회가 심화하면서 간병 수요는 앞으로 지속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대비해 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간병비지원에 절박한 국민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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