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은 무엇일까. 모두들 예외없이 흑사병(pest 혹은 plague)을 든다. 흑사병이라는 이름은 혈관 내 응고증으로 괴사 증상이 일어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특징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전염병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지금도 간간이 발생해 상당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북미, 아프리카 등에서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치사율이 높아 발생 자체가 큰 뉴스거리가 된다.

이처럼 흑사병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중세 때 유럽에서 창궐해 어마어마한 사망자를 내면서부터다. 14세기(13461353) 유럽에서 최소 수천만 명이 흑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2억 명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때 사망자 숫자는 유럽 전체의 약 30%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흑사병 앞에 대()를 붙여 대흑사병이라고 부른다.

당시 흑사병 진원지는 보통 중국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중앙아시아 평원지대를 지목하고 있다. 여기서 시작된 흑사병은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흑사병은 쥐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데, 지중해와 유럽 각지를 오가는 무역선을 통해 무섭게 번졌다.

중세 이전과 이후에도 대규모 흑사병 유행이 있었다. 6세기 중엽 이집트와 동로마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도시 인구의 40%가 감염돼 사망했다. 콘스탄티노플에서는 최악의 경우 하루 5천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1855년 청나라 운남성에서도 흑사병이 발생했다. 이때는 중국과 인도를 거점으로 약 반세기 동안 창궐했는데 희생자가 1500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 흑사병은 그러나 의학의 발달과 개인 위생의 향상으로 20세기 들어 서서히 잦아들었다.

최근 중국에서 3명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7일 네이멍구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왔으며 그 가족 2명도 감염됐다. 중국 당국은 밀접 접촉자들을 격리하고 통제를 강화한 결과 더 이상 감염자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이에 앞서 몽골에서도 확진자 1명과 의심 사례 3명이 발생했다.

흑사병이 무서운 점은 병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명률이 높다는 것이다. 발병 후 빠르면 6시간 만에 죽기도 한다. 하지만 겁을 낼 일은 아니다. 우선 치료법이 있어서 신속하게 치료를 하면 완쾌가 가능하다. 또 보균동물인 설치류 그러니까 쥐나 다람쥐, 마못 등 동물과 긴밀하게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될 위험이 없다. 다만 흑사병이 돌고 있는 지역을 방문할 때는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야생 설치류나 날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여하튼 흑사병도 천연두처럼 완전히 박멸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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