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 길고도 지루했던 폭염의 기세도 여전하고, 태풍 ‘카눈’이 할퀸 흔적은 군데군데 남아있지만, 학생들의 에너지는 활기차다.

방학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교실, 급식실, 운동장 등등. 모든게 반갑다.

그런데 유독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미래형으로 변신한 학교도서관이다. 이곳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맺어진다. 예전 딱딱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친구들과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책을 봤던 기억이 새롭다. 소곤거리는 수다로 인한 귀의 간지럼도 기분 좋다.

전주 화정·부안 동초등학교와 군산 동원중·전주 전라고등학교를 가봤다.

창의성을 깨우는 학습과 토론, 놀이와 휴식, 공동체 활동이 가능한 미래형 학교도서관에서 책 향기를 좇아 발자국을 찍어보고, 손자국을 남겨보자.

 

▲매래교육 위한 도서관 공간혁신 ‘앞장’

전북교육청이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위한 학교도서관 공간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의 학교도서관을 학생들이 학습과 토론, 놀이와 휴식, 공동체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미래형 학교도서관으로 조성하는 게 골자다.  

‘미래형 학교도서관’은 전통적인 문자 텍스트로부터 디지털 텍스트까지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을 지원할 수 있는 학교 내 정보의 허브로서 독서, 학습, 탐구, 토론, 문화체험활동, 휴식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거나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총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70교에 미래형 학교도서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앞서 도교육청은 1차로 52교를 선정해 51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서기 문예체건강과장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며,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도서관 환경조성이 중요하다”며 “미래형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유도하고,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공간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화정초 ‘너나들이’, 부안 동초 ‘책숲 부엉이’ 

먼저 넓은 공간을 이용해 독서, 놀이 등 다양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전주 화정초등학교 ‘너나들이 도서관’이 있다.

화정초 도서관은 ‘학생 친화적인 독서공간’과 ‘다양한 도서관 활용 수업이 가능한 공간 구성’, ‘여러 형태의 독서 공간 조성과 자료공간 확보’,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 도서관 학교 구현’ 이라는 목적을 갖고 조성됐다.

먼저 자료공간에서는 초등학생 눈높이를 고려해 5단까지 책들을 비치하고, 양면 서가로 자료 공간과수업 공간이 구분될 수 있도록 했다.

열람공간에서는 작은 집 느낌의 아늑하고 독립된 개별 공간을 조성하는 등 학생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책자리표를 이용해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자리를 표시하고 읽던 책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했고, 전교생의 대출증을 도서관에 비치해 분실 걱정 없이 학생들이 언제든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부안 동초등학교의 ‘책숲 부엉이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부안동초 도서관은 기존 도서관에선 구현하기 어려웠던 편안하고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어, 학생들의 깊이 있는 독서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북누크나 기둥 등에서도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개인 열람 공간을 마련하고, 수업이나 교직원 회의, 연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좌석을 여유있게 비치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계단형 마루 공간과 더불어 창가를 따라 길게 마련된 좌식 공간을 조성, 아이들이 편히 쉬며 책을 읽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군산 동원중 ‘책마루’, 전라고‘늘채움’

초등학교 도서관이 밝고 즐겁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면 중·고등학교의 경우 보다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에 집중한 모습이다.

군산 동원중학교 ‘책마루 도서관’은 카페·아늑한 서재 느낌을 모티브로 기존의 낡고 딱딱하던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전반적으로 전체 벽면 서가 위 보조등과 따뜻한 느낌의 전등을 곳곳에 설치했고, 공간 역시 긴 테이블과 기둥 템바보드, 조명장식 등을 이용해 아늑한 서재 분위기를 연출했다. 창가에는 바 테이블 등을 설치해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냈다.

구석구석 공간들을 활용해 작고 아늑한 다락형 쉼터와 열람 공간을 만들었고, 이동과 조합이 자유로운 테이블과 의자, 스툴 등을 비치해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전주 전라고등학교 ‘늘채움 도서관’의 경우 비교적 좁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개방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서가 배치 등을 적극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전라고 도서관의 경우 서가 사이사이에 개인 열람 공간을 비치, 협소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창가 열람석에는 전자기기 활용이 가능한 콘센트와 분위기 있는 조명을 설치해 카페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했고, 독립된 개별 공간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 개별 이용이 가능한 1인 소파도 비치했다.

원활한 선택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수업 공간 조성에도 적극 나섰다.

전라고 도서관 내 수업 공간에는 선택형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좌석이 배치됐다. 자료 공간과 수업 공간 사이에는 폴딩도어를 설치해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각 공간별로 다른 조명을 설치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장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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