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에서도 절을 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다. 어느 절은 산 아래에 있고, 어느 절은 산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절을 찾아간다는 것은 산을 찾는다는 것과 맥이 통한다. 고창에 있는 선운사 역시 선운산 초입에 있는데 선운산 봄 풍경을 만나기 위해 선운사를 찾아보자.

 

고창 선운사 가는 길

선운사는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에서 멀지 않아 외지에서 접근성도 좋다. 선운산IC를 나와 길을 따라가다가 선운사 주차장 방향으로 들어보자. 주차장을 감싸고 있는 주변 산은 연둣빛으로 물들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연둣빛 사이로 보이는 산벚꽃이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주차를 하고 선운사 가는 길로 접어들면 왼쪽 계곡 절벽을 푸르게 장식한 나무를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 삼인리 송악이다. 송악은 두릅나뭇과에 속한 해안지방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인데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주변에 있는 물체에 달라붙어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 고창 삼인리 송악은 수령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크기로 보아 수백 년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기가 넘치는 송악의 푸르름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상가를 지나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벚꽃길인데 예년보다 빨리 꽃이 핀 벚꽃은 이미 한바탕 꽃잔치를 벌이고 지고 있다. 다행히 부분적으로 벚꽃이 남아 있어 벚꽃길 분위기는 느껴볼 수 있다.

 

선운사 도립공원 무료입장

매표소에는 무료입장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년 세계유산도시 고창 방문의 해를 맞아 선운사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함께 나섰다. 생각지 않았던 이런 배려에 기분이 좋아졌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일주문이 맞이한다. 일주문을 지난다는 것은 선운사 절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의미이다.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가에는 꽃 대신에 오색 등꽃이 걸려 있다. 그러고 보니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서 예년보다 조금 늦게 행사가 진행되겠다.

오른쪽 부도가 모여 있는 곳에도 봄빛이 내려앉았다. 많은 부도 탑 가운데 눈에 띄는 비석이 있다. 1858(철종 9)에 세운 것으로, 추사 김정희(金正喜)가 글을 짓고 글씨를 쓴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인 선운사 백파율사비(白坡律師碑)입니다. 비문을 통해 조선 명필 추사를 만날 수 있다.

부도전을 나와 다시 길을 따라 올라간다. 길옆으로 계곡물이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계곡을 가로질러 놓은 징검다리 위에 서보자. 계곡의 봄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나뭇가지는 물론 계곡물조차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봄빛으로 물든 계곡 봄 풍경도 아름답다.

 

선운사 동백꽃 풍경

계곡 봄 풍경을 감상하면서 걷다보면 천왕문에 도착한다. 천왕문 양쪽에도 길게 등불이 걸려 있다. 오색영롱한 등 꽃길이 생겼습니다. 등 꽃길을 따라 절 안으로 들어가보자.

선운사 봄 풍경 중에서 꼭 보고 싶은 곳은 동백꽃 풍경이다. 기대를 안고 절 마당을 가로질러 대웅전 뒤쪽으로 올라가보자. 선운사가 자랑하는 동백숲은 대웅전 뒤쪽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져 있다. 동백나무에는 아직 꽃봉오리가 많이 달려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추위 때문인지 냉해를 입은 상태이다. 그래서 그런지 추위를 견디고 예쁘게 꽃을 피운 꽃봉오리가 더 예쁘게 보인다.

따스한 봄볕을 느끼며 절 곳곳을 한 바퀴 돌아보자. 마당가에 있는 키가 큰 감나무는 이제 막 잎을 피우고 있었다. 감나무는 선운사에서는 소원나무라 부르고 있나 본다. 감나무 아래에 소원나무 표지가 놓여 있고, 나무 둘레에는 많은 사람의 소원지가 주렁주렁 걸려 있다. 소원지에 적은 소원들이 모두 이뤄졌으면 좋겠다.

천왕문을 나와 다리 건너편 산책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 보자. 산책로는 나무로 만든 데크길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길 왼편으로는 차밭이 펼쳐져 있다.

차밭을 지나고 숲길을 지나면 산책로는 두 코스로 갈라진다. 가던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인공으로 만든 도솔폭포 가는 길이다. 지금은 물이 부족해서 가동하지 않고 있어 폭포를 볼 수 없었지만 다음에 찾아왔을 때는 꼭 보고 싶은 풍경이다. 다리를 건너면 길은 도솔암을 거쳐 선운산 정상으로 향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선운산(334.7m)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내려가면서 본 풍경

선운산 등산은 뒤로 미루고 되돌아 내려가보자. 차밭을 지나는데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꽃이 눈에 들어온다. 용담과 두해살이풀인 구슬붕이꽃이다. 봄철 산책을 하면서 자주 못 보던 야생화를 만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천왕문 앞을 지나 더 내려가면 오른쪽에 맨발산책로가 나온다. 황토로 된 부드러운 흙으로 된 길이다. 신발을 벗고 걸으면 지압 효과도 있고,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맨발로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산책로가 끝날 즈음 길가에 놓인 바위 위에 누군가가 쌓은 작은 돌탑이 보인다. 예쁘게 핀 산벚꽃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이 됐다. 어쩌면 오늘 보고자 했던 선운사 봄 풍경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창 선운사 주변 볼거리

선운사 주변에는 함께 돌아볼만한 볼거리들이 있는데 고인돌공원도 그중 하나이다. 고인돌박물관은 유료이지만 고인돌공원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넓은 공간에 펼쳐져 있는 고인돌 군락을 볼 수 있다. 마침 고인돌공원 주변에 유채꽃이 활짝 피어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고인돌공원과 운곡습지는 바로 인접해 있어 함께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 산지에 형성된 이런 습지 생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고창읍성도 지금 시기에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벚꽃이 지고 나면 이어서 철쭉이 붉게 피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 준다. 4월 중순에는 철쭉꽃이 활짝 핀 풍경을 볼 수 있겠다.

그 외에도 고창에는 가볼만한 곳이 많이 있다. 바다를 끼고 있어 해수욕장이나 바다 체험도 할 수 있고, 학원농장과 상하농원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선운사 봄 풍경을 보기 위해 고창을 방문한다면 주변 볼거리와 연계해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김대연기자/자료제공=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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