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지자체들의 석면이 함유된 노후 슬레이트 건축물 정비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주민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철거를 위해선 소유주들의 적지 않은 자부담이 필요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발암물질을 머금은 폐건축물들이 도내 전역에서 방치된 채 유해 물질을 내뿜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 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일명 '죽음의 먼지'다. 불에 타지 않고 부식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70년대 지붕 개량사업 때 사용된 슬레이트를 비롯해 건축 단열재와 각종 산업 공정, 실과 천으로 활용된 가정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 생활에서 유용한 재료로 사용됐다.

하지만 석면 자재가 파손되면서 방출되는 석면 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암 중에서도 치사율이 매우 높은 악성종피종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9년부터 석면 자재 사용이 전면 금지됐고 2011년부터는 환경부 주도로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사업이 실시됐다. 정부가 건축물 1동당 352만 원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추가 비용을 지원해 철거를 유도했다. 전북에선 제1차 슬레이트 종합대책 기간(2012년~2021년)에 2만6,635동을 철거했고 지난해부터는 제2차 슬레이트 종합대책을 수립해 오는 2031년까지 3만9,202동을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2021년 기준 도내 슬레이트 건축물은 주택과 비주택을 합해 아직도 8만5,044동이나 남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2차 대책 기간을 훨씬 넘긴 2038년이 돼서야 겨우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4,261동을 철거한 데 이어 올해는 국비 101억8,600만 원 등 총사업비 203억7,200만 원을 투입해 5,250동을 철거키로 했음에도 그렇다.

더욱이 슬레이트 건물 철거는 정부가 아닌 소유주가 결정해야 한다. 지원금보다 많은 자부담이 필요한 철거작업에 소유자가 선뜻 동의해주는 일이 쉽지 않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사업 추진을 앞당기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확대가 우선적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단 의미다.

많은 도민이 석면 분진 피해에 알게 모르게 노출돼 있다.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이전에 도민들의 건강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인체 누적돼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암이 되는 살인 물질 석면의 철거 마무리 계획은 앞당기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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