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작가가 모여 세 가지 색깔을 보여주는 전시가 세밑 열렸다.

‘제 33회 김두해·이흥재·선기현 삼인전’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는 다음 달 31일까지 전주 기린미술관 2관에서 진행된다.

이들은 과거 전주의 문화 중심지였던 동문거리에서 처음 만났다. 각자 분야는 다르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매년 삼인전을 열어 한해 동안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처음부터 뜻이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미술을 전공한 김두해, 선기현 작가와 달리 이흥재 작가에게 사진은 취미일 뿐, 당시 그는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저하는 이 작가에게 “지금 당장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는 중요치 않다”며 “우리의 작업을 죽을 때까지 보여줄 각오로 한 번 도전해보자”고 설득했다.

그렇게 1988년 전북예술회관에서 처음 시작된 삼인전이 올해로 33회를 맞은 것이다.

셔터를 누르고 붓을 드는 각자의 손에 굳은살이 배기고 주름이 깊어진 만큼 작품도 농익었다.

김두해, 흔적, 45x53cm, Pubice gel, Acrylic
김두해, 흔적, 45x53cm, Pubice gel, Acrylic

이번 전시에서 김두해 작가는 흔적에 집중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생기는 흔적들이 거친 질감으로 표현됐다. 마치 색을 입힌 판화를 보는 듯 붓이 지나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선기현, 가을, 35x39x4.5cm, Mix media, 2022
선기현, 가을, 35x39x4.5cm, Mix media, 2022

선기현 작가는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각각 표현한다. 대형 화폭에 펼쳐지는 노란빛 무릉도원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흥재, 노랑에서 보라로 가는 시간, 30x103cm, 2022
이흥재, 노랑에서 보라로 가는 시간, 30x103cm, 2022

이흥재 작가는 아중저수지를 매일 걸으며 그가 만났던 풍경들을 선보인다. 흘러가는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꽃잎과 곧 있으면 지워질 소생물의 발자국까지. 그날 그 자리에 이 작가가 없었더라면 아무도 모르게 스러져갔을 장면들이 한지 위에 재현됐다.

전시 오픈식이 열린 지난 20일 세 작가의 모습(왼쪽부터 이흥재, 김두해, 선기현 작가)
전시 오픈식이 열린 지난 20일 세 작가의 모습(왼쪽부터 이흥재, 김두해, 선기현 작가)

세 작가는 삼인전에 대해 “30년 이상 이어지다 보니 세월의 숙명과도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고 입을 모은다.

선기현 작가는 “각자의 성향과 작품 세계도 모두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오늘날의 삼인전을 만든 것”이라며 “작품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 서로를 존중해주면서 삼인전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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