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김용근 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농촌의 마을 집집마다에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가축이 집안에서 길러졌다.

닭, 염소, 오리, 소, 돼지 같은 가축은 동물의 존재를 너머 가족구성원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집집마다 반드시 빠지지 않고 길렀던 가축이 있었다.

그것은 돼지였다.

집집마다 들였던 것은 좋아하거나 싫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이유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돼지는 다른 가축보다 사람의 손을 더 필요로 한다.

잦은 돼지우리 청소며 매 끼니마다 먹이를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돼지는 집안에 두어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왜 돼지를 집안에 두고자 했을까?

집은 작은 우주의 공간이다.

그 속에 사는 가족은 집안에 존재한 우주의 기운으로 이어진 공동체 별이다.

그 공간을 내어준 태초의 기운은 영원히 변하지 않은 북극성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영혼의 마지막 도착지가 북극성이라고 생각했다.

북극성은 북두칠성으로 기운을 보내고 그 기운은 땅으로 내려와 집으로 들고 칠성 문화가 되었다.

그래서 조상의 영혼은 모두 북극성에 계신다는 생각이 집안 곳곳에 칠성 문화를 낳게 했다.

칠성 문화는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행위이며 그것은 음식, 생활, 숭배등 다양한 형태로 행위 되어.

북쪽은 오행의 검은 색이다.

돼지가 검고 북쪽 북극성의 빛이 눈으로 들어와 탄생되는 것이 돼지라는 생각의 시점은 아주 오래고 오래전이다.

돼지꿈이 길조인 것과 고사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것, 죽은 사람의 머리를 북쪽으로 묻는 것 등은 모두 북극성에 계신 조상의 기운을 돼지를 통하여 받는다는 행위였다.

즉 지상의 가족과 북극성에 계신 조상의 연결고리가 돼지인 것이고 북극성까지 오고가는 길을 아는 것이 돼지뿐이라는 생각이 오래도록 내림되어 온 것이다.

돼지는 다산의 상징이다.

자녀를 많이 낳아야 했던 시절 돼지가 가진 다산의 행태는 신앙적 대상이었다.

돼지를 집안에 들이면 조상의 기운이 돼지를 통해 다산의 영험을 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돼지는 집안의 가족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밤이 되면 집주변에 있던 뱀들이 낮에 뜨거워진 마당으로 모여든다. 이때 뱀을 잡아먹는 것이 돼지다.

돼지를 집집마다에 들였던 이유다.

돼지는 선조들에게는 가족이었고 우리에게는 악취를 내고 고기를 주는 동물이다.

선조들의 질서가 더 사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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