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높낮음이 없고, 서로 오가는데 문턱이 없고, 대문이 있지만, 잠그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나라, 나는 그것을 대동의 세계라고 부르겠다(희곡 ‘정으래비’ 중에서)”

최기우 극작가가 희곡 ‘정으래비(평민사)’로 3년 연속 한국희곡명작선에 이름을 올렸다.

(사)한국극작가협회는 지난 2019년부터 매년 30~40편씩 국내 희곡 중 우수 작품을 선정해 지금까지 130권의 소책자를 출판했다.

최기우 작가는 2020년 ‘조선의 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들꽃상여’에 이어 올해 ‘정으래비’까지 3연속 선정돼 희곡집을 출간하게 됐다.

‘정으래비’는 “천하는 백성의 것”이라고 외쳤던 전주 출신 사상가 정여립(1546∼1589)과 기축옥사를 소재로 한 희곡이다.

이는 지난 2004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류경호 연출가와 극단 창작극회의 배우 20여 명이 참여해 초연한 바 있다.

당시 혁명적 사상가인 정여립과 억울한 죽음이 남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을 민중의 시각과 언어로 풀어내면서 정여립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과 새로운 인식을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전북 내외에서 정여립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로 이어졌다.

최 작가가 주목한 것은 정여립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이를 은폐하려는 사람들의 속내, 상처받은 백성의 삶으로 퍼져나갔을 대동의 의미와 힘이다.

작품은 프롤로그 ‘정여립과 선조’를 시작으로 1막 ‘대동세상’, 2막 ‘살아도 산 것이 없고’, 3막 ‘정여립의 그림자’, 에필로그 ‘내가 정여립이오’로 구성된다.

최기우 작가는 “초연 당시 지나치게 많이 썼던 옛말과 어려운 방언, 현시기에 맞지 않는 불편한 표현 등을 순화시키고 다듬었다”며 “정여립이란 이름에는 그를 둘러싼 황당한 주장과 그릇된 이미지와 석연치 않은 역사가 여전하다. 정여립과 그 시대에 대한 상상과 서술이 독자에게 반갑게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한 최기우 작가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설화, 인물과 언어, 민중의 삶과 유희, 흥과 콘텐츠를 소재로 한 집필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희곡집으로 ‘상봉’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연극제·전북연극제 희곡상과 불꽃문학상, 작가의눈작품상, 천인갈채상, 전주시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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