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에 오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건물이 있다. 바로 전동성당이다. 2020년 6월부터 진행했던 보수공사를 마치고, 2년여만에 시민들 곁으로 돌아왔는데 아름답고 웅장한 외관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무척 반가울 일이다. 전동성당은 한옥마을 안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지난 주말에 가보니 성당 앞은 여전히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가을 산책길에 유심히 둘러보고 왔던 전동성당과 그 주변 건물들, 함께 만나보자.

▲보두네 신부와 전동성당 이야기

전동성당 입구로 들어가면 성당에 대한 역사 이야기와 보두네 신부의 흉상이 세워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보두네 신부는 전동성당 초대 주임신부이며, 한국명은 윤사물(Baudounet, Francois Xavier, 1859~1915)이다.

전동성당의 터는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터로, 이들의 순교 정신을 기려 보두네 신부가 이곳에 성당 터를 마련한 것이다. 1908년에 성당을 짓기 시작해 1914년에 완공, 1931년에 축성식을 가졌다. 설계는 서울 명동성당의 내부공사를 담당했던 푸와넬(Poisnel)신부가 맡았다.

▲호남지역 최초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

전동성당은 내부, 석조 기둥 등 곳곳에 비잔틴 양식이 녹아있으며, 로마네스크 양식과 혼합해 지어진 건축물이다. 호남지역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기도 하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10세기 말에서 12세기 중엽에 서유럽에서 발달한 건축 양식인데 아름답고 웅장한 분위기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전동성당은 회색과 붉은색 벽돌로 지어졌으며, 주춧돌은 순교자들이 처형됐던 풍남문 인근 성벽의 돌을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성벽의 흙으로는 중국 인부 100여 명이 직접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렸다.

12개의 창이 있는 종탑부와 8각형 창을 낸 좌우 계단의 돔은 성당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다. 전동성당은 서울의 명동성당, 대구의 계산성당과 함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3대 성당으로 손꼽힌다. 전동성당을 보기 위해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건립 130여 년이 지나면서 외부 벽돌 표면 박리현상과 풍화작용이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총 10억원을 투입해 전동성당의 종탑과 첨탑을 중심으로 고벽돌 4000여 장을 교체한 후, 줄눈, 창호 등을 보수했다.

보수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전동성당의 모습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관광객들도 전동성당을 보지 못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는데 한옥마을을 지날 때마다 전동성당의 옛 모습이 그리웠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부분이다. 지난 8월 더욱 튼튼하고 견고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온 만큼, 앞으론 자주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비스러운 전동성당 내부

전동성당 정면에서 보이는 출입문은 대부분 닫혀 있지만, 건물 옆 작은 출입구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전동성당 내부를 처음 마주했을 땐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놀라움을 안겨준다.

관광객, 시민들은 자리에 앉아 차분히 생각하거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었고, 성당 내부의 모습을 조용히 사진에 담거나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약속’이라는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당신께서 저한테 네 죄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이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혼자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이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라는 박신양의 대사, 아마 기억하는 분들 많을 것이다. 그 장면이 탄생한 곳이기도 해서 이 공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전동성당 주변을 돌아보며

전동성당 바로 옆, 사제관으로 가보자.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78호인 전동성당 사제관은 1926년에 2대 주임신부였던 라크루 신부가 지었다. 1937년 전주교구가 설정되고 전동성당이 주교좌 성당이 되면서 교구청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교구청이 이전한 뒤에는 주임신부와 보좌신부의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건물의 4면에 배치한 창은 모두 반원보다 작은 원호형 아치로 돼 있다. 난간은 십자형으로 공간을 띄운 무늬 쌓기로 정교하게 꾸몄고, 지붕의 네 곳 중앙에 작은 창을 설치해 조형적으로도 아름답다.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이 합쳐진 근대 건축물로 아름다운 외관이 인상 깊어 전동성당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건물이다. 8~9월에는 건물 앞에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어서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곳이다.

사제관 뒤로는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순교자 기념관이 있고, 그 옆엔 성심유치원이 있다. 성당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 적색 벽돌로 지어져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인데 건물마다 독특한 느낌이 있고 건축학적으로도 아름다워서 눈이 즐거워지는 산책길이다.

옛 모습을 되찾은 전동성당,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어쩐지 더 애틋한 마음이 들 수 있다. 항상 겉에서만 바라보고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다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만큼 자주 바라봐주고 그 가치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전주 전동성당. 지속적인 관리로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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