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히 흘러간 세월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평생 그림을 그려온 한 화가는 시에 그림을 입혀 감사와 사랑을 표현한다.

‘최명순 시x유휴열 그림전-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이 유휴열미술관에서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

지난 7월 출간된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은 화가 유휴열의 아내로 살아온 최명순 씨가 몇십 년 동안 꼭꼭 동여매 놓았던 말들의 총체다.

“그림이 전혀 돈이 될 수 없던 시절엔/변변한 저녁 한 끼 살 수 없는 그가 야속하기도 했다//그런데 그림이 돈이 되어/쌀도 사고 술도 사오는 날//왜 나는 가슴이 저릴까(‘화가의 아내 2’ 중에서)”

유휴열 작가는 아내의 시들을 읽으며 미처 몰랐거나 혹은 무심히 지나쳐버린 것에 대해 애잔함과 미안함을 느꼈다.

 

유휴열, 봄비, 2022
유휴열, 봄비, 2022

그래서 시집에 수록된 시 한 편, 한 편을 손으로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71편의 시를 모두 쓰고 나서는, 시 하나하나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렸다.

그동안 유 작가는 물감과 알루미늄, 화산재, 한지, 흙 등을 이용해 구상과 비구상에 연연하지 않고 평면작업을 했고, 여러 가지 재료로 입체작품도 만들었다. 재질과 크기, 장르에 상관없이 작품을 해왔지만, 이번 전시는 그에게 또 다른 시도이자 흥미로운 변화다.

시를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시를 읽고 난 후의 여운과 잔상들이 그대로 그림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휴열, 자화상, 2022
유휴열, 자화상, 2022

“마음은 여전히 꽃피는 봄날/내 모습 어딘가에/곱게 눈부셨던 흔적 하나 남아있기를/내 목소리 어딘가에/맑고 수줍은 미소 하나 남아있기를(‘자화상’ 중에서)”

자화상이란 스스로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말한다. 글로써 그린 자화상이 남편의 붓끝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유가림 유휴열미술관장은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로, 소박하고 여리고 잔잔한 들꽃 같은 시들이 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며 “쌀쌀해지는 계절에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를 선물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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