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작가
이동호 작가

‘외로움은 가위로도 잘리지 않는다(흐름출판사)’에는 전라도 땅 전주에서 끝없이 자신을 단속하고 단련한 한 지성인의 글이 담겨 있다.

“강물을 사이에 두고 이 언덕과 저 언덕을 바라보는 관조의 범주 안에 있는 것치고 흘러가지 않는 것이 없음을 확인하는 세월이 멀다. 그러는 사이 풍랑 이는 흐름 안에서 회피하지 않는 몸짓을 무던히도 보여 왔다.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만 흘러가려는 사람을 흐름 안에 붙잡아 두는 일이고 보니,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소관 업무로 여기며 헤쳐 나왔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을 드러낸 한 어른을 만날 수 있다.

이동호 작가는 전편 칼럼집 ‘활을 당기고도 쏘지 않는다’에서 다양한 사회문제, 인간 존재의 의미와 그 철학적 사유, 그리고 문화예술 세계에 대한 폭넓은 활동 내용을 보여준 바 있다.

‘외로움은 가위로도 잘리지 않는다’는 그 후속편이다.

기존의 문제의식들에서 깊어지고 전문화됐다. 이를테면 독서한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개성적인 감상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변함없음을 알 수 있다.

이 작가는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일에 시간을 쪼개는 일, 나의 됨됨이를 사람답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화예술을 찾아 지키고 가꾸는 일,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의 극한에 이르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양생해 온 도교의 수행이자 내 존재의 뿌리를 이뤘던 불가에 귀의하는 일상 등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소임으로 여긴 세월을 담았다”고 전했다.

책에서 특징적인 점은 대담 내용이다.

후학의 박사학위 논문의 부록으로 수록된 「김경주 박사와의 대담」은 한 인간의 전 생애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망라돼 있다. 의사로 보낸 일생과 도교나 태극권을 통해서 어떻게 도교적 섭생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문화예술의 책임 있는 자리에서 오랜 세월 봉사해 온 그의 이력이 잘 드러난다. 이 작가는 전라북도 인재육성재단과 전라북도생활체육회 등 굵직한 행정을 책임져 왔다. 특히 전라북도생활체육회를 맡아서 우리 고장의 생활체육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그 활약상을 진솔하게 피력한 대담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이밖에도 저자의 전 생애에 걸친 활약상의 스펙트럼을 통해서 한 인간이 개인과 공동체를 위해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의 총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발견할 수 있다.

이동호 작가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대 의대와 동대학원에서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주 시내 한가운데 ‘이동호 내과’를 개원해 30년 넘게 운영하면서 의술을 펼치는 한편, 문화·예술·철학도이자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데 힘써오고 있다. 전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자생적 문학단체인 ‘표현문학회’의 고문이기도 하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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