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영화‘해운대’의 윤제균 감독, ‘명량’과 ‘한산’의 김한민 감독, ‘신과함께’의 김용화 감독, 강제규 감독, 이준익 감독 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스타 영화감독들이 오는 31일 국회를 찾아 토론회를 개최한다.

 1919년 이땅에 최초로 영화가 개봉된 이래 100여 년 만에 대한민국 영화는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등의 작품들이 깐느를 주름잡으면서 명실공히 세계적 반열에 올라섰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역시 전세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고 그 인기는 아직까지 식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는 미국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 2021’에서‘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창작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처럼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만든 감독과 배우들의 탁월한 독창성은 K-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고 있는 중이다. 해외영화 업체들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수입 판매하는 것은 물론 리메이크와 공동 제작까지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잘나가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스타 영화감독들이 국회를 찾은 이유는 한국 영화계의 불합리한 저작권 문제를 바로 잡고자 하는 하소연이 담겨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영화는 감독, 작가, 배우 등의 공동 저작물이므로 저작권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저작권법은 별도의 계약이나 특약이 없을 경우 제작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하게 되어 있다. 이어 제작자는 다시 투자 배급사에 저작권을 양도하거나 공동 소유하여 투자 배급사가 영화의 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올 해 깐느의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저작권은 박찬욱 감독이나 배우 탕웨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CJ ENM에 있는 것이다. 감독과 작가, 배우들은 자신의 작품을 내 작품이라고 주장하지 못하는 홍길동전의 홍길동과 같은 존재라는 슬픈 현실이 지금 대한민국 영화와 드라마의 현 주소이다. 더 아픈 대목은 저작권이 없는 감독들과 작가 배우들은 영화의 수익 배분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는 것이다.
 큰 성공을 거두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의 수익 구조 역시 감독과 배우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이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정재 배우와 황동혁 감독은 물론 다양한 케릭터를 선보였던 조연 배우들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도 남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제작비 250억원을 투자했던 넷플릭스에 대해 “오징어게임의 경제적 가치가 약 1조 800억에 달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제작하고 열연한 한국 제작사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이 추가적으로 벌어들인 직접적인 수입은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IP(창작물에 대한 지적 재산권)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에 귀속된 대표적인 아픈 사례이다. 넷플릭스가 한류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유통하여 널리 알린다는 의미를 빼고 나면 실질적은 수익은 넷플릭스가 몽땅 다 가져가는 셈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올바로 바꾸고자하는 감독들의 국회 토론회에 발맞춰 필자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였다. 대한민국 영화는 물론 영상 콘텐츠의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독립영화와 같은 스타트업을 지원하여 보다 훌륭한 작품이 등장할 수 있도록 영상창작자가 창작물 이용에 비례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이다. 아무리 오래된 관례라도 올바르지 못한 것은 되돌려 놓는 것이 마땅하듯 최소한 유럽이나 남미에서처럼 자기 작품이 상영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과는 별도로 대한민국의 영상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외주 하청업체 수준을 벗어나 독자적인 브랜드를 생산하는 문화강국으로써 IP를 창작자의 소유로 하는 동시에 사전 생산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력과 인적 리소스의 결합, 그리고 다양한 부가 산업을 병행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오징어 게임’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IP 확보를 통한 종합적인 콘텐츠 활용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산업의 발전은커녕 종속관계를 벗어나기가 몹시 어렵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위험 부담이 커질수록 콘텐츠가 가진 산업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IP 확보를 비롯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갈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지금 심각하게 겪고 있는 기후위기처럼 우리에게 느닷없이 닥쳐올지 모를 자본과 잘못된 관행에 의한‘디지털 제국주의의 식민지화’가 되지 않도록 K-콘텐츠로 대표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호하고 포트폴리오를 가꿔 나가는 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 작은 땅 대한민국이 K-POP만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컨턴츠 소프트파워’를 갖춘 문화 강국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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