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일본에서는 세간이 주목을 끄는 대형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고속철 ‘리니어 주오 신칸센’이 열차로는 세계 최고 속도에 도전한 것이다. 시험 운행 중 이 열차는 시속 603km를 기록했다. 세계 신기록을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리니어 주오 신칸센은 바퀴 구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프랑스 TGV가 2007년 기록한 시속 574.8km는 지금도 이 방면 최고 기록이다. 
  당연히 신칸센은 일본인들의 자부심이자 일본 과학기술과 경제 번영의 상징물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는 후지산 아래를 달리는 신칸센이다. 신칸센은 1964년 10월 1일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 개통됐다. 도카이도 신칸센으로 명명된 이 고속철 노선은 최고 속도가 시속 200km 정도였다. 세계 최초의 고속철이었다.
  철도교통의 혁명이었던 고속철 개통은 이후 일본의 자랑거리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프랑스와 독일의 고속철은 신칸센 보다 각각 17년, 27년 늦었다. 우리나라와 중국 역시 2000년대에 들어서야 건설했으니 일본인들이 으스댈 법하다.
  또 신칸센에 얽힌 역사를 보면 일본의 야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읽을 수 있다. 1930년대 일본은 이른바 ‘탄환열차’라는 것을 구상한다. 표준궤도에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철도를 새로 놓아 대륙 진출에 따른 물류난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일본은 한일해저터널을 뚫어 일본에서 부산을 거쳐 서울-신의주-선양-베이징까지 막바로 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패전으로 공사는 중단됐지만 이것이 신칸센의 원조가 된 것이다. 
  77주년 8·15 광복절의 경축 분위기를 망치는 사건이 터졌다. 바로 국가철도공단이 광복절을 맞아 제작한 콘텐츠에 신칸센을 그려넣은 것이다. 문제의 콘텐츠는 카드뉴스 형식으로 제작된 것인데 우리나라 철도가 과거 약탈의 수단에서 근대화의 상징이 됐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를 보고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자 공단 측은 하루를 더 방치하다가 내렸다. 이와 함께 부적절했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심한 망발이다. 광복절 경축 메시지에 일본의 자랑인 신칸센이라니! 온라인상에는 ‘제정신이냐’에서부터 ‘환장할 조합’, ‘무슨 의도냐’, ‘왜 하루를 버텼느냐’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의 상흔이 남아 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친일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일수록 적어도 공공기관은 단어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단 측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해명과 함께 관련자에 대해 철저한 책임 추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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