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한자 쌀 미(米)를 분해하면 八, 十, 八이 되는데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선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는 의미다.
농업인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제정한 8회 ‘쌀의 날’을 맞았지만 전북도내 농민들은 우울한 심정이다. 
물가급등 상황속에서 유독 쌀값만 폭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달 5일 기준 전국 산지 쌀값은 80㎏에 17만237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3108원) 대비 22.7% 폭락했고, 7월 말 기준 전국 농협 쌀 재고량은 42만8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23만7000t) 대비 81%나 증가했다.
김제에서 쌀 농사를 짖고 있는 최모씨(53)는 "쌀값이 계속 폭락하는 이유는 정부가 양곡관리법과 여타 규정들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시장격리’가 지난해 쌀 수확기에 실시됐어야 하는데 정부는 올 2월에 일부 물량에 대해서만 시장격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차로 부족하자 2차로 5월에 추가로 시장격리를 하고, 지난 7월부터 3차로 10만톤 규모의 시장격리 결정을 발표했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시장격리 되는 쌀 매입가격을 최저입찰가로 정해 쌀값 안정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17일 전북도의회 나인권 의원은 “쌀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와 전라북도 차원의 대책이 없다면 농민들은 쌀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나 의원은 “정부가 3차에 걸쳐 2021년 산 쌀 37만t(전북 5.9t)을 매입한데 이어 추가로 시장격리를 시행하고, 쌀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격리를 신곡 수확기에 선제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급격한 쌀값 하락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3차례 시장격리에도 남아도는 쌀이 전북에만 12만톤 이상으로 다가오는 추곡 수매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월 조생종 벼 수확시기가 다가오고, 올해도 풍년으로 산지 창고에서는 지난해 벼 재고량이 예년보다 두 배가량 많은 상황이다.
특히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쌀값만 떨어지고 있어 농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양곡관리법 제3조 제1항은 장관이 매년 양곡수급계획을 세우도록 의무화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16조 제1항은 양곡수급안정대책을 수립·시행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수급 정책의 실패 책임이 농협에 전가되면서 영세 지역 농협의 경영 압박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은 “‘농식품부장관이 매년 양곡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양곡관리법상 정부의 책임을 농협과 지역이 떠맡고 있다”면서 “농협은 전년 대비 73%가 늘어난 재고 41만t을 보유하고 있다”고 정부의 무책임을 성토했다.
그러면서 “지방소멸로 상징되는 한국 농어업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그동안 농협은 농민의 손해를 경감시키고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농협마저 무너지면 농정 최후의 보루가 붕괴되는 셈”이라면서 “재고미 해소를 통한 쌀값 안정대책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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