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즈니스 영웅들 가운데 많은 수가 인문학의 세례를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들은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다. 나름의 경영 철학을 갖고 남다른 경영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비즈니스 대가들의 특징 중 하나는 창의성이다. 교과서적 경영기법을 떠나 자신만의 독특한 경영 사상과 트렌드를 창조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뒀다. 이런 접근법들은 모두 인문학적 소양에서 우러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빌게이츠는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마어마한 양의 장서를 보유하고 인문학 독서를 평생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인문학이 없었다면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며, 나 또한 당연히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불교와 동양사상에 심취한 인물이다. 잠시 대학을 다닐 때 그는 불교와 동양 사상을 접하고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불교적 사유에 IT기술을 접목해 아이폰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대학 때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평소 ”미래 사업의 힌트와 사업문제 해결책을 인문학에서 찾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례들 덕분인지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꽤 높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으로 규명되지 못한 문제들을 철학이 맡아 수행한다는 데 동의한다. 문학이나 역사학, 철학이 기업경영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는 데에도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정작 취업 현장에서는 인문학은 박대를 당한다. 기업들이 원하는 전공지식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이다. 인문학이 지향하는 보편성이나 근본에 대한 탐구는 사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문학, 사학, 철학과 같은 인문학은 시장에서 퇴출 직전이다. 
  최근 대학들이 앞다퉈 인문계 학과를 없애고 있다. 동국대 철학과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트랙 전임교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을 맞았다. 내년이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1명만 남는다고 한다. 결국 학과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광대는 지난 3월 철학과 폐지를 결정했고 경남대도 지난해 8월 철학과 문을 닫았다. 다른 대학들도 철학과를 다른 과와 통폐합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은 ’학문의 여왕‘이라고 불렸다. 모든 학문의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과학 분야들이 철학에서 떨어져 나가고 철학은 철학쟁이들이나 하는 학문으로 주저앉았다. 세태가 아무리 실용 학문을 중시한다지만 아예 인문학의 씨가 마르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특히 근본에 대해 의심하고 묻고 또 비판하는 철학의 임무는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