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국내 여행을 가려고 했던 직장인 오모(31)씨는 최근 호텔 예약 사이트에 뜬 가격을 보고 휴가를 결국 포기했다.

10~20만 원 선에 갈 수 있을 줄로만 생각했던 펜션이 1박에 50~60만 원까지 지불해야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처음에는 제주도도 알아봤는데 항공료에 숙박비까지 그야말로 고공행진”이라면서 “타지역도 비슷한 상황에 도저히 감당이 안 돼 가족들과 상의해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고 푸념했다.

엔데믹과 여름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이로 인해 항공료, 숙박비 등의 가격이 급격히 인상돼 올해 휴가철에는 집에 머물기를 택하고 있다.

이른바 ‘집콕족’과 ‘휴포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류할증료 인상 등으로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아쉬운 마음에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려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대표 여행지 제주도도 항공권 가격이 몇 달 새에 두 세 배 가량 뛰었다. 군산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는 편도선 가격이 평일 낮 기준 8~10만 원 상당이다. 할인가도 편도 5만 원 선이다.

직장인 이모(33)씨는 “물가도 비싸고 금리도 올라서 지출 자체를 줄여서 생활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시 코로나까지 급증해 그냥 휴가를 포기했다”면서 “아무리 비싸도 40~50만 원 선이면 둘이서 휴가를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산을 짜보니 100만 원은 훌쩍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양상은 방학을 맞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나타났다.

여름방학을 맞은 김모(23)씨는 올해 여름휴가는 '홈캉스'로 보낼 계획이다. 김씨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했는데 기말고사 보랴 학원 다니랴 정신이 없었던 탓에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같이 여행을 계획했던 친구들과 상의 끝에 그냥 하루 파티룸 빌려 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는 성수기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대신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말부터 9월 이후로 여행 계획을 미루기도 했다.

주부 이모(40)씨는 “아이들도 방학이라 여러 군데 알아봤는데 어디를 가나 수십만 원 부르는 건 일도 아니다”라면서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9월 이후 비수기로 여행을 미뤘다. 비수기라 몰리는 인파도 적어 코로나 감염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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