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후보 경선에 나선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공무원 철밥통 개혁’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34년간이나 공직사회에 몸담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이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정년 및 행정고시 폐지를 비롯해 정원 20% 감축, 공무원 출신의 공공기관장 임용 및 사법계 전관예우 폐지 등이 공약으로 내걸렸다. 얼핏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작은 정부’론과 궤를 같이한다.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흔히 공무원 사회를 상징하는 철밥통이라는 단어는 중국에서 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해고될 염려가 없는 국영 기업체 직원을 중국어로 테판완(鐵飯碗)이라고 부른다. 이 중국어를 우리나라에서 ‘철밥통’ 혹은 ‘쇠밥통’으로 번역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언론들이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우리 말로 굳었다.
  공직이 철밥통 소리를 들은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우선 정년 보장이 가장 큰 메리트다. 웬만한 회사들은 50대 초반이면 퇴출 압박에 시달리고 50대 후반이면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반면 공무원들은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60세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연금도 매력이다.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교원의 경우 보통 월 300만 원대를 훌쩍 넘는다. 부부 교사로 퇴직하면 노후에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현직에서나 은퇴 후에나 공무원들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것은 공직사회의 경제적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업무 성격상 정치적 중립이나 부정부패 방지 등 의무를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 철밥통이 서서히 금이 가는 모양새다. 우선 다른 직업에 비해 보수가 너무 낮다. 거기에 주말 근무나 야간 근무 등 업무량이 과중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연금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공무원들의 연금 혜택도 꽤 많이 줄었다. 공직 사회를 지배하는 수직적 조직문화도 여전하다. 이런 요인들이 겹쳐 공직에 대한 매력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공무원 지원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42.7대1로 지난해 47.8대1보다 10% 넘게 하락했다. 이 같은 경쟁률은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29.2대1을 기록해 199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나왔다. 가장 큰 요인으로 시험 응시 나이의 젊은이들 숫자 자체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인구 감소 효과다. 여기에 철밥통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또 젊은 세대의 직업관도 변했다고 보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다. 공무원이 젊은이들의 꿈이 돼서는 곤란하다. 취준생의 3분의 1이 공시족인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 수 없다. 어쨌든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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