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분야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그동안 비수도권 대학들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도권정비계획법 까지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져 고사위기 지방대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인구의 수도권집중현상을 막기 위해 대학 입학정원을 국토교통부장관이 결정토록 하는 학교총량규제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포함돼 있어 대학을 새로 짓거나 정원을 늘리기 위해선 일단 이 규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대통령이 최근 교육부에 과학기술 인재 공급을 위한 반도체 학과 인력증원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한덕수국무총리는 9일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교육부, 산업부, 경제부총리, 과기부, 국토부등 5개 부처가 한 팀으로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4년부터 유지해왔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풀어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고 대학설립이나 운영요건 완화, 대학이 반도체학과를 설립하면 국고를 지원하는 방안 까지, 모든 가능성을 두고 논의 중이라 한다.

국가미래를 위한 인재양성 원칙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분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대학교 이상의 졸업생이 매년 평균 1000명 이상 부족한 현실은 조속한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도권 과밀을 막고 지역균형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 법이 정한 인구집중유발시설에 대학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하지만 수도권인구에 인구가 몰리는 주요한 간접요인의 핵심이 대학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전북은 지난 2010년 이후 10년 동안 대학 입학생수가 14.7%나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오히려 갈수록 심해지는 수도권대학 선호현상 때문으로 규제를 푸는 순간 지방대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수도권 대학들 내에서 조차 반도체 학과 쏠림에 따른 타 학과들의 상대적인 외면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할 정도다.

“고등교육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자칫 수도권 대학 집중, 지역 균형발전 저해, 대학 학과 통폐합 갈등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입장까지 나왔다. 신중한 검토를 통해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수도권 규제를 28년간이나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를 무시해선 안 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