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백두대간에 위치해 있다. 주봉인 향적봉의 해발고도는 1614m. 남북의 길이는 약 30km로 1000m이상의 봉우리만도 20여개에 달한다. 1975년 국내에서 열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공원 총 면적도 219㎢로 아주 광활한 산줄기다. 산 정상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자태를 뽐낸다. 무주쪽 구천동의 절경만을 모아도 33경이라고 하니 산세의 웅혼함을 잘 알 수 있다.
  명산인 만큼 유서도 깊다. 역사 속 덕유산은 늘 백성들과 함께 한 산이다. 덕유산(德裕山)이라는 이름에도 설화가 서려 있다. 임진왜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왔다. 그런데 왜병이 지나갈 때마다 짙은 안개가 피어올라 숨어 있는 사람들을 가려주었다. 사람들은 그래서 원래 이름인 광여산 대신에 덕이 넉넉한 산이라고 해서 덕유산으로 불렀다. 
  또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여기서 산신제를 지냈는데 이후 아들을 얻게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덕유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도 있다. 또 이성계가 머물며 밥을 지어먹었다는 골짜기도 있는데 그 이름이 ‘밥진골’이다. 
  구천동 계곡 시작점에 있는 백련사도 가볼만한 곳이다. 천년 역사에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이곳에서 수도를 하고 도를 깨쳤다. 
  한편 정감록은 덕유산을 우리 국토에서 가장 중요한 10개의 승지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종환의 택리지 역시 이 산 일대를 승지 혹은 복지라고 기록하고 있다. 
  덕유산을 등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무주군, 장수군, 함양군, 거창군에 걸쳐 있는 등산로들은 꽤 험준하다. 코스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등산로 길이만도 30km를 훌쩍 넘는다. 대피소로는 삿갓재 하나뿐이어서 일정 짜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길고 험한 덕분에 덕유산 등산로는 지리산, 설악산과 더불어 한국 3대 종주 코스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무주군과 장수군, 함양군과 거창군은 10일 덕유산 둘레길을 명품 숲길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4개 지자체 실무회의에서 오는 11월까지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을 마치고 12월 둘레길 노선을 지정고시할 예정이다. 공사는 2024년 마무리된다. 숲길의 길이는 160km로 산림과 역사 문화를 연결하는 명품 길이 될 전망이다.
  덕유산 접근이 쉬워진 것은 반길 일이다. 일반인들은 향적봉에 오르는 곤돌라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런 식으로 향적봉은 올라도 덕유산을 제대로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산책로 수준의 둘레길이 만들어지면 더 깊이 덕유산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수려한 자연경관에 설화와 전설, 역사 유적까지 같이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는 명품 숲길이 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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